상단영역

본문영역

“와따, 게미지요야!”

[에세이 - 횡간도에서] 박소현 / 횡간도 보건진료소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7.31 11:33
  • 수정 2020.08.05 14:46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젠가 엄마가 양파김치를 담가 큰 통으로 주니 동네 혼자 사는 분들께 한 접시씩 드렸다. 손으로 접시 가장자리 걸린 놈 한 조각을 맛보시다, 우체국장님이 “와따! 소장님 게미지요야!” 하신다.

 “개미 안 들었을 텐데요? 어쩌나!” “아니 뭔가 갬칠맛이 난다고라. 한 번 집어먹고 말 것을 또 손이 간단 뜻이오.” 이런 좋은 뜻인 줄이야! 그때 ‘게미지다’ 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전라도 방언)을 알게 된 후로는 종종 쓰곤 한다. 

동네 아빠 한 분이 고추 농사를 지어 풋고추를 한가득 가져오셨다. 이 많은 것을 어찌할까 하다가 주말에 집에 가는 길에 가져다 엄마 드렸다. 다음 주말에 집에 또 갔더니 내가 알던 빨간 열무김치가 아니라 초록초록 색이 고대로 살아 있는 열무김치를 두셨다. 양파에 동네 아빠표 풋고추, 청양고추 갈고 소금 좀 치고 물 좀 부었으리라! 적당히 익혀 내 밥 상위에 소복하게 접시에 담아내신다. 내 입으로 들어가 평이 나올 때까지 새색시 마냥 두근거림으로 엄마의 시선은 나의 입에 오롯하게 머문다. 

” 왐마! 게미지요~!” 
 엄마는 수줍은 듯... “워따, 오양도 시롭다!” 하시더니 일요일에 돌아가는 내 여행 가방 안에 큰 통을 담아 두셨다. 

정성스레 만든 찬거리를 맛본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게미지다.” 그 한 마디 하는게 들리면 모든 피로를 풀리게 하고, 국물이 넘치는데도 다독다독 열무 잎사귀 한 가닥이라도 더 눌러 넣어보내려 애쓰게 만드는 ‘게미’라는 엄청난 놈이더라.
 
아마 지금쯤 엄마는 두 달을 집에 오지 않는 딸을 기다리며 코로나19를 원망하면서도 혹시나 올까 주말에 게미진 반찬을 만들어 두시고 나를 기다리지나 않을까? 게미진 맛이 폴폴 나는 완도 출신 유은희 시인의 시를 한 편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마친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