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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탕이 비리다는 편견

[에세이] 강제윤 / 시인, 보길도 출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6.26 10:56
  • 수정 2020.06.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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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사람들은 대체로 생선은 비리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싱싱한 생선을 맛볼 수 없었던 시절에 자반 같은 비린 생선 들만 맛보고 살았던 까닭에 생긴 편견이다. 그래서 생선국은 비릴 것이라 예단하고 먹기를 꺼려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이 봐 왔다. 

그런데 생선이 본래 비린 것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비린 것을 어찌 날 것의 회로도 먹을 수 있겠는가. 
생선이 비린 것이 아니라 상한 생선이 비린 것이다. 상한 고기가 비린 것처럼. 싱싱한 생선으로 끓인 미역국을 맛보면 소고기 미역국은 비려서 먹기가 싫어진다. 

장어탕에 대한 편견도 그에서 비롯됐다. 
장어를 탕이나 국으로 먹는다면 다들 놀란다. 그런데 한번 맛보면 금방 중독되고 만다. 
비린 맛은 1도 없다. 고소하고 달기까지 하다. 바다 장어탕은 섬과 바닷가 사람들의 최애 음식이다. 

다른 생선들은 지역마다 선호도가 있다. 이 지방에서 최고로 치는 생선이 저 지방에서는 천덕꾸러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바다정어만은 예외다. 어느섬 어느 해변가 사람들도 장어탕 장어구이를 싫다하는 곳은 없다. 

목포, 완도, 고흥, 여수, 통영까지 장어탕을 끓여내지 않는 곳은없다. 어떠한 숙취도 단번에 날려버리는 얼큰한 장어탕 . 여수에 왔으니 해장은 당연 장어탕이다. 수많은 식당이 장어탕을 끓이지만 여수에서 이 집 만한 곳을 본적이 없다. 

장어를 좋은 것으로 쓰는 것도 이유지만 이집 장어탕의 맛이 특별한 것은 크게 한 솥을 끓여내는데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장어탕집에서는 그때 그때 한두 마리씩 잡아서 끓여낸다. 
한 두마리 끓이는 것이 맛있을까. 수십마리 한 솥에 넣고 끓이는 것이 맛있을까. 당연히 한솥에 크게 끓이는 것이 맛있다.

그래서 나그네는 이집의 장어탕을 여수 최고로 꼽는다. 반찬도 맛깔나서 버릴 것이 하나 없다. 
반찬 하나 하나가 그대로 술안주감이다. 밥반찬에 호래기 무침, 문어 무침 반찬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여수의 어떤 장어탕 맛집으로 이름난 곳을 갔더니 딸랑 배추김치, 깍두기만 주는 곳도 있었다. 매정하더라. 

그런데 여기서는 호래기 무침 한접시만으로도 정종 댓병을 마실 수 있겠다. 아, 해장하러 와서 또 취하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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