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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따러 가는 길

[에세이] 이선화 / 넙도행복작은도서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5.08 14:47
  • 수정 2020.05.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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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에는 뜨겁기만 하더니 바다에 나가는 오월의 새벽은 쌀쌀하다. 어둠이 가시기도 전에 선창가 어민쉼터에는 열대 여섯 명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4월에만해도 다섯시가 한참지나야 날이새던 것이 이재는 다섯시가 되기도 전에 하늘이 뿌연 해 지는 것이 날이 밝아진다. 그녀들은 재각각 우비를 입고 토시를 하고 모자를 단단히 쓰고 얼굴은 모두 가린 채 대기하고 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들 모양이다. 물이 많이 빠진 선창에서 배로 가는 길을 밧줄 타고 능숙하게 내려가는 그녀는 흡사 유격대원이다.

전복을 파는 날은 조원들이 팀을 이루어 판매작업을 한다. 팀원들로 작업량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으면 서너명이 추가 되어 일을 하는데 대게 12명에서 15명 정도 작업을 함께 한다.
각자 자신의 역할이 다른데 전복을 따고 추리고 하는 조, 꿀을 따는 조, 선별기를 돌리는 조, 그리고 가두리양식장에서 그물을 걷어 올리고 청소하는 조, 이렇듯 자신이 투입되어야 할 곳에 미리 맞추기라도 한 듯 자신의 자리에서 작업을 한다.

가두리 그물을 크레인배의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배 바닥에 내려 놓고 그물안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집을 평평한 배 바닥으로 이동시키고 집안에 붇어 있는 전복을 따는 작업을 한다. 
보통 하루 작업이라 하면 가두리양식장 가로세로 2미터 20센티의 그물을 40칸에서 50칸을 올려서 전복을 따면 1톤 500키로에서 1톤700키로 정도의 양이 나오면 활어차에 실어준다.
그러면 하루 작업이 끝난다. 전복작업을 하며 아침 7시 정도에 아침을 먹고 작업하는 내내 간간히 빵이나 요플레, 음료수, 커피, 바나나 혹은 수박 같은 과일을 먹는다. 뭘 그렇게 먹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일 재미 반 먹는 재미 반이다.

일이 워낙 힘이 드니 간간히 에너지를 충전해준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전복 판매하는 곳에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니 전복작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잘 갔지 잘 갔어. 살아서 병원에 있었어봐 자슥들만 고상 시키제. 우리 집 양반 병원에서 4년 동안 딱 1억 쓰고 가빗제. 쓸 것 쓰고 갔으니 아깝다고 생각은 안쏘만, 꼭 살 줄만 알았제. 그렇게 갈 줄은 알았간디. 그란디 바둑이 영감은 자식도 멀리 살제 누가 끄니 챙겨줄이도 없지 잘갔구만.

체부가 안갔어봐 죽은줄도 모르고 죽었것제. 바둑이영감 밥도 할줄 몰라서 밥통을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러 왔었다더만 반찬도 할줄 모르제 김치도 하나도 없제 참 깝깝했을 거구만.
할마니가 치매와서 병원에 입원해 뿔고 영감 혼자 있다가 뇌출혈로 쓰러져있는 것을 제부가 발견하고 목포 한국병원으로 옮겼는디. 가부렸구만.”

“체부가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몇일을 그리 업드려 있은 줄을 누가 알것소.”“참말로 치매 고것이 무섭더만”“긍게 종신보험 안있소 그것이 다 된다더만 나는 걱정 없어라.”“인쟈 우덜은 나이먹고 병들면 요양병원으로 다 가제 어디가것소.” “긍게 아즘도 돈만 모테지 말고 먹을 것 먹고 쓸 것 쓰고 사시오.”“안그레도 내일 모레 어버이날이라고 목포에 오라더만 백화점에서 좋은 옷한벌 사준다고”“아따 조은일이요.”“ 긍게 자식 안키요”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전복 작업이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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