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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권

[완도 시론] 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5.08 14:39
  • 수정 2020.05.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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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나온 헌법재판소 결정입니다.
경찰이 수사 대상자인 피의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서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에 관한 정보 수집이 필요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내역을 요청했습니다. 피의자의 진단일자와 병원명을 확인해서 머물렀던 곳 또는 예상 이동경로를 확인하려 했던 것이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범죄의 수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하여 경찰에 급여내역을 제공했는데,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해당정보의 당사자가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헌법 제10조 제1문(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해 보장됩니다.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 수집, 보관, 처리, 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으로 보고 있고 이는 확립된 법리입니다.

이 헌법소송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경찰에게 요양급여내역을 제공한 행위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중대한 침해이므로 위헌이라고 결론 났습니다(헌법재판소 2018. 8. 30. 2014헌마368). 위헌으로 본 이유를 보면, 병명은 그 자체로 개인의 정신이나 신체에 관한 단점을 나타내기 때문에 인격의 내적 핵심에 근접하는 민감한 정보이고, 누가 언제, 어디에서 진료를 받고 얼마를 지불했는가라는 사실 역시 그 자체만으로 보호되어야 할 사생활의 비밀일 뿐 아니라 찾아간 병원이 산부인과, 비뇨기관, 정신건강의학과 등과 같은 전문병원인 경우에는 병원명만으로도 질병을 예측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체적, 정신적 결함이나 진료의 내용까지 유추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정보는 건강에 관한 민감정보로서 개인의 인격 및 사생활의 핵심에 해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카드사용내역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사 덕분에 감염경로 미확인 비율이 5% 미만으로 관리되고 있고, 이는 우리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도 감염경로 확인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다면 적극 협조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중대성과 감염경로의 치밀한 확인의 필요성을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헌법재판소결정의 의미를 통해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자유의 중요성, 그 제한의 절차와 한계도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과제 중 하나입니다.
적대적인 생각의 차이가 아닌 한, 우리의 생각들이 건강하게 연대된다면, 현실의 다양한 상황에서 풍부하고 유연한 대응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전환이 가능케 하기 까지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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