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햇 녹차, 청심향을 만들며!

완도차밭, 청해진다원의 茶 文化 산책(109)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4.17 10:23
  • 수정 2020.04.17 10:2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디어 햇 차를 만들었다. 차는 차나무 잎으로 만든 기호음료이다. 즉 차는 녹차(작설차)와 발효차를 말한다. 4월 16일에 올해 햇 녹차인 청심향을 만든 것이다. 지난 겨울은 참 따스했다. 유독 비도 자주 내렸다. 그런데 정작 이른 봄에 들어서 저온현상이 길게 이어졌고, 게다가 서리까지 내려 찻잎이 빼꼼하게 고개를 내밀었다가 심각한 냉해를 입고 말았다. 더하여 비가 적어 건기까지 오래 지속되어 찻잎이 일찍 나올거란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게 하였다.

  특히 완도는 보성보다도 약 일주일 정도 늦은편이다. 이것은 자연환경이 가져다주는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바다로 둘러쌓인 섬이라는 점과 산으로 둘러쌓인 점, 차밭 아래 저수지의 물안개, 그리고 늘 회오리치듯 몰아치는 해풍과 바다안개 등이 이곳 완도차밭 청해진다원만의 매우 독특한 특성을 갖게 하고 있다. 여기에 기후적 특성이 더해져 더욱더 늦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며칠전에 종일 이슬비 보다 약간 많은 듯한 봄비가 종일 내려 주었다. 감로수였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차밭을 흠뻑 적셔 주었고, 그 효과가 바로 며칠 사이에 몰라보게 나타난 것이다. 겨우 1cm 정도의 잎들이 놀랍게도 쑤욱 자라준 것이다. 아랫마을 차 따는 할머님들에게 연락을 드리자 반가운 마음에 함께한다 하시니 또한 기쁜 마음으로 이런 저런 준비로 분주하였다. 그리고, 종일 찻잎을 채취하게 될 것이다. 오전에 딴 찻잎은 오후에 만들고, 오후에 딴 찻잎은 이른 저녁에 만들어 건조에 들어간다. 그리고는 쾌청하게 맑은 날에 마무리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차 만드는 다음 날 비소식이 예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찻잎은 계속 올라올 것이고, 쉴새없이 차는 계속 만들게 될 것이다. 다만 차를 만드는 것도 중요지만 차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대로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차는 차만이 갖고있는 고유의 특성이 있다. 즉 찻잎속에 들어있는 고유의 성분들이 갖는 특성들을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잘 못 만들어 너무 구수하거나, 너무 느끼하거나, 너무 아리고 까칠하거나, 풋내속에 비릿함을 감추고 있거나, 온갖 잡향 등등의 마시기 어려운 차가 아니고, 마실수록 부드럽고 감미로우며, 쓰고 떫은 듯 하지만 상쾌하고, 쌉쌀하면서도 후향이 은은한 맛도 느껴지고, 투명하면서도 담백하고 맑은, 등등의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찻잎속에 수분의 정도와 찻잎의 양과 솥의 재질과 두께에 따른 불 조절과 이에 맞는 적절한 덖음으로 조금도 설익지 않아야 하고, 고루 온전하게 익혀내야 하는 매우 난이도 높은 과정을 원숙하게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 과정을 정성을 다해 온전하게 수행하였 때 바로 차를 제대로 만들었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차의 맛은 그 무엇으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부드럽고 감미로우며 황홀경을 체험하게 해 준다. 바로 그런차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차를 만들때마다 완벽하게 그런 차를 늘 만들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종종 시음할 때 느끼는 그 느낌을 지금 이순간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인 까닭일까? 이는 아마도 간절함 때문일 것이다! 겨우내 기다려온 그리움 깊은 그 묘향과 묘미와 묘하게 휘어 감는 짜릿하고 충만된 에너지의 느낌! 그런 차를 늘 마시고 싶은 것이며, 만들 때 마다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차를 진리와 삼세의 스승님들과 삼세의 부모님들과 삼세의 모든 도반형제님들께 올리는 헌공의 예에 조금도 손색없는 차를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다. 그 간절함을 오롯하게 모아 그 역할이 세상을 향한 치유의 맛과 향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기도하고, 차밭을 둘러보며 이 기도의 마음을 속삭인다.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해 보자고~~~! ^^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