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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속에서 풀잎을 하나하나 떼어내어도

[완도의 자생 식물] 138. 버드나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0.04.05 18:28
  • 수정 2020.04.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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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지는 그 자리는 너의 자리다. 바람에 물결이 더해져 흩어진 그 자리도 너의 그리움. 빈 가슴이 채워지는 그 날은 외로운 섬들이 모여든다. 봄 강물이 모여든 그 곳에서 머리를 풀은 푸른 버드나무여. 바람에 흔들린 그 자리가 푸른 잎사귀가 다시 돋는다. 물살에 흔들린 그 음성을 들을 수 없어도 명랑한 음률로 다시 듣는다.

세월에 흩어지고 세찬 비바람에도 조용한 강물은 아직 푸르다. 강산이 바꿔도 너의 뒷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 너. 그래도 온몸으로 적셔주는 너는 앞과 뒤가 따로 있겠는가. 너의 뒷모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세월은 그런대로 가시오. 진실은 가는 만큼 올 것이요. 슬픔은 그런대로 마음을 치유하는 묘약이 될 것이요. 사랑과 미움 그리고 기쁨과 슬픔은 그런대로 흘러 그리움이 될 것이요.

오늘 버드나무에서 오는 느낌처럼 그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버드나무는 그런대로 알 것이요. 지난 것들은 녹슬고 변하는 것들뿐이다. 그래도 잊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런대로 세월이 흘렀다지요. 봄날에 또 하나의 나를 보인다. 들판에 푸른 버드나무는 외로움과 슬픔을 다 아는 친구다. 나만의 슬픔을 그대의 가슴에서 일렁인다. 

그대는 물 위에서 하늘 속에서 풀잎을 하나하나 떼어내어도 외로움을 멈출 수 없다. 흐르는 강물에 슬픔은 그런대로 흐르지요. 그러다가 멈추는 듯 봄은 또 오고 말았다. 흔히 물가에서 서식하는 버드나무 종류로는 갯버들, 왕버들, 수양버들, 능수버들 등 우리나라에 자라는 것만도 50가지가 넘는다. 버드나무는 물을 좋아한다. 그리고 생명력이 매우 질기다. 물기가 있는 땅에는 가지를 꺾어서 꽂기만 하면 뿌리가 생겨서 살아난다. 바로 꽂아도 살고 거꾸로 꽂아도 산다. 

더위에도 강하고 추위에도 강하다. 버드나무가 있는 곳은 대개 근처에 수맥이 있거나 물이 있다. 버드나무 뿌리는 물을 끌어들이는 작용이 있어서 물이 없는 곳에도 버드나무를 심으면 수맥이 생겨나서 땅속으로 물이 흐르게 된다고 한다. 또한 잔뿌리가 많아 물을 정화한다.

약효로도 뛰어나다. 유산은 해열진통제로 널리 알려진 아스피린의 주요 성분이다. 버드나무는 늘 푸름이다. 늘 생기가 풍요롭고 생명력이 강인한 나무다. 또한 아주 부드러운 나무다. 낭창낭창한 나뭇가지는 잘 부려지지 않는다. 뿌리도 연하다. 물가에 푸른 버드나무는 그곳에 당연히 있어야 존재다. 물이 많을 때는 유속을 느리게 한다. 잔뿌리로 물을 정화한다.

이 나무가 있는 곳에선 곧은 것이 없다. 모두가 구불구불하다. 자연의 하천도 마찬가지다. 돌아가다. 부드럽다. 생명력이 강하다. 자기를 희생하여 주위를 깨끗하게 한다. 자연과 더불어 지혜로운 것들을 함축하고 있다. 아무리 급하다고 하여도 “부드럽게 돌아가라” 그러면 ‘만사형통’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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