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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 지피지 않던 선조들, 일본 보일러라니!

[사설] LPG배관망 지원사업 보일러업체 일본기업 린나이코리아 선정과 항일정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4.03 09:53
  • 수정 2020.04.0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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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민국은 물론 지역사회까지 '노재팬'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완도군 LPG 배관망 지원사업과 관련해 각 세대별 교체될 보일러가 일본 가스기기 제작업체로 선정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 결과는 지난 10일 완도읍 주민협의회 3월 회의에서 LPG 배관망 사업 대상인 완도읍 19개 마을 이장 중 17명이 참가한 가운데 표결로 결정됐다. 문제는 보일러 시공업체선정이 수익금 전부를 일본으로 건너가는 업체가 선정된 가운데, 발표 후 업체의 광주지사장이 인사말까지 하면서 이같은 결과에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 강성지였던 완도에서 왜 일본업체를 선정한 것이냐? 이는 선조들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선정자와 업체 간 유착관계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과 반발 여론에 일부 이장들은 "지난 10일 주민협의회 전에 이장단 전체가 모이지는 않았지만 보일러 교체업체 선정을 위한 사전모임이 있었다"고 언급했으며, 몇몇 이장들의 경우 선정된 업체가 "일본기업인지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다. 또, 이장들은 현재 사업을 맡고 있는 LPG 배관망사업단이 선정 책임을 이장단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문제라고 전하고 있는데 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LPG배관망 사업단의 책임이 자유로울 순 없다.

3,000~4,500세대 20억대 규모의 보일러 교체사업을 단일회사로 해야 하는 지, 자부담을 내게 되는 실사용자인 군민의 의견이 제대로 취합됐는지, 특히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과 관련한 우리나라 무역 보복과 최근엔 코로나로 인한 한국인 입국 금지, 원자력 사고로 인한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 등으로 거세게 일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과 관련해 항일 3대 성지인 완도의 지역성과 정서가 반영됐는 지 등이다.

물론 LPG 배관망사업이 생활 편리를 위한 주민들의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 도로 통행 불편은 감수하더라도 보일러 설치는 엄연히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렇다고 볼 때 몇 명의 공의만으로 결정주의적, 기계주의적, 법칙적 사고만으로 결정된다고 하는 것 반감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열린사회는 다양성에 기초해 다양한 행위가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에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사회라고 볼 때, 주민들이 생활편리의 수혜를 받기 때문에 ‘수동적인 고객’이 아니라 ‘능동적인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정보 교환과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일제강점기 소안도에선 주민들이 일제의 압악으로 겨울에 잡혀가면 형제동지들이 추운 바닥에서 지내는데 우리가 이불을 덮고 불 지핀 방에서 잘 수는 없다고 불도 넣지 않고 이불도 덮지 않으며 잠을 자는 그런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작금의 현실을 선조들이 살아와 본다면, 얼마나 통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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