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LPG배관망 보일러, 일본 ‘린나이코리아’ 선정 ‘파장’

지난 10일 주민협의회 마을 이장단 표결 선정…대부분 ‘린나이’ 일본업체인 줄 몰라

  • 박주성 기자 pressmania@naver.com
  • 입력 2020.03.20 13:36
  • 수정 2020.03.20 13:4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완도 한 주민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린나이코리아' 회사 정보.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군단위 LPG 배관망 지원사업과 관련해 보일러 교체업체가 일본 가스기기 제작업체인 린나이코리아로 선정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 강성지였던 완도에 일본업체를 왜 선정한 것이냐? 선조들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발, 불만여론이 커져가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지난해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조치에 이어 2차 경제보복으로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그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8월 전국 곳곳에서 일본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피해기업 지원책을 마련하거나 관련 분야 기업 육성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국민들이 일본의 무역보복에 '노재팬' 운동을 전개하며 일본제품 불매 움직임도 강하게 일었다.

완도군 또한 일제강점기 함경도 북청과 부산 동래와 함께 항일운동 3대 강성지, 항일운동의 성지(메카) 등으로 불렸던 곳이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반감이 컸다. 이를 대변하듯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나오자마자 완도군의회가 지난해 7월 23일 제271회 임시회에서 최근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대해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그 뜻을 정부 부처에 전달했다.

군의회는 “일본은 대한민국 대법원이 일본기업에 내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과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제안과 노력을 거부하고 대북제재 불이행 등 거짓말과 가짜뉴스를 통해 우리 정부를 모독하고 경제보복 조치의 불법·부당함을 은폐하고 있다”고 규탄결의안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이러한 엄중한 일련의 사태를 맞아 완도군의회의 결의안을 통해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경제보복 조치를 중단할 때까지 일본여행 자재와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일본 정부의 반도체 등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즉각 철회할 것과 일본 전범 기업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우리 사법부의 정당한 배상 판결을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런데 완도군이 올해 2월부터 군 단위 LPG 배관망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계 가스기기 제조업체인 린나이 코리아가 보일러 교체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는 지난 10일 완도읍 주민협의회 3월 회의에서 LPG 배관망 사업 대상인 완도읍 19개 마을 이장이 17명 참가한 가운데 표결로 결정된 결과다.

17명 완도 읍내 이장이 포함된 보일러 선호도 조사에서 린나이 11표, 경동 5표, 귀뚜라미 1표, 대성 0표 나와 린나이코리아가 선정됐으며, 광주지사장이 그 자리에서 인사말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에 지역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발 불만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 지역주민은 인스타그램에 “이장단+관공서=린나이업체 간의 유착관계가 없다면 이런 시기에 이런 결과가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3,000~4,500세대 20억대 보일러 교체사업인데 단일회사로만 해야 하느냐? 실사용자는 해당 군민들인데 설치하고자 하는 각세대의 의견은?? 거꾸로 가는 행정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또한 김찬호 전 완도군청년연합회 회장은 “아직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우리의 일본제품불매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항일의 성지 완도의 LPG 배관망 보일러 교체업체에 일본업체인 린나이코리아를 선정한 것은 우리 선조들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일부 이장들은 10일 주민협의회 전에 이장단 전체가 모이지는 않았지만 보일러 교체업체 선정을 위한 사전모임이 있었다고 언급했으며, 몇몇 이장들 이야기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린나이코리아가 일본기업인지 몰랐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또다른 이장은 “마을이장단이 보일러 교체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우리에게 LPG배관망 사업단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완도군 관계자는 “보일러 교체는 시공사가 자재구입 차원에서 처리하는 걸로 알고 있으며, 지역에서 원만히 이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 협조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LPG배관망사업단과 시공업체인 코오롱글로벌(주)는 “기존의 다른 지역도 마을이장단 회의를 통해 어떤 회사 제품에 좋냐? 사용 편리성과 AS여부 등을 고려해 보일러 교체업체를 선정해 왔다”며 “완도읍의 경우 3월 주민협의회 이전에 2~3회 이장단 회의에서 보일러 교체업체 설명회를 개최하게 유도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일러 교체업체를 여러군데 선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가능하지만 배관망, 파이프, 보일러, 탱크 등 모두 메이커 업체들이 있지만 중구난방식으로 되면 AS가 어렵다”면서 “우리 사업비 견적보다 린난이가 가격이 높다. 설계예상가보다 높지만 피해 있더라도 주민들을 대표하는 이장단의 결정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단이나 시공사 구입 자재는 모두 조달청을 통한 정부 발주로 이루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린나이코리아의 태동은 1920년 일본에서 설립된 가스기기 전문 생산업체 '린나이상회'로 알려져있다. 창업주 강성모 전 회장이 1974년 1월 22일 일본 린나이사(社)와 합작투자 형태로 린나이코리아를 설립하면서 국내에 첫 진출했다. 린나이코리아는 가스레인지는 물론 가스보일러와 업소용주방기기 등을 제작하는 전문기업으로 46년간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했다.하지만 수년간 경영악화가 이어지자 지분을 모두 일본 측에 넘기면서 '일본기업'됐다.

린나이코리아는 가스레인지 시장에서 지난해까지 20년 연속 '브랜드 파워 1위'를 차지하는 등 소비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업체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노재팬(일본제품 불매운동)' 운동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기업으로 부각돼 궁지에 몰렸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린나이코리아는 지난 2009년 경영악화로 일본 린나이코퍼레이션에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다. 린나이코리아 지분율은 일본 린나이코퍼레이션이 97.7%, 린나이홀딩스가 2.3%로 100% 지분 모두 일본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린나이코리아가 거둔 모든 수익이 일본으로 건너가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은 지난해 7월 '일본제품 불매운동' 명단에 '린나이'를 올렸다. 앞서 린나이코리아는 2017년 초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 사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력이 있다. 린나이코리아가 공식 홈페이지 내 회사 위치를 소개하는 지도에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일본계 회사이지만 한국에서 영업 활동을 벌이는 기업이 해당 국가의 정서를 무시하는 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지도를 교체했지만 한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LPG배관망 지원사업 보일러 교체업체 선정에 대해 완도 읍내 마을 이장단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