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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 검역체계 '구멍'

항만터미널·공용터미널 형식적 발열검사…제주·청산 차량이용객 발열검사 안해 ‘무방비’ 노출

  • 박주성 기자 pressmania@naver.com
  • 입력 2020.02.08 14:42
  • 수정 2020.02.0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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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은 제주를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의 완도 유입 가능성을 대비해 지난 1월 30일부터 완도항만터미널과 공용버스터미널에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 감시 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으나, 차량이용객과 청산도 방문 관광객들은 발열검사를 아예 하지 않고 있어 형식적인 발열검사라는 지적이 많다.

4박5일 동안 제주를 여행한 중국인이 입국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고, 12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A씨가 제주에 입도한 사실이 드러나 제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관광제주가 무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동안 수도권이나 다른 도시 일로 멀찍이 떨어져 뉴스를 지켜본 광주·전남도 태국여행을 다녀온 40대 여성이 16번째 확진자로 판명되고, 40대 여성의 딸과 나주 친정 집에서 접촉한 오빠까지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양성 판정이 내려지면서 지역사회가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나주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전남도는 6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김 지사는 "우리 도민 중에서 첫 확진 환자가 나주시에서 발생했다. 전국에서 22번째 확진자"라며"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완도군의 항만터미널과 공용버스터미널에서 형식적인 발열검사가 지적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검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을 던지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완도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하여 전 행정력을 동원해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난 1월 31일 밝혔다.

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부군수를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방역대책반(5개 팀)을 편성 운영하고 있으며,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완도 대성병원과 보건의료원에 선별 진료소를 설치 운영 중이다.

또한 완도군 보건의료원과 보건지소, 다중 이용시설 등에 대하여 손 소독제와 마스크를 배부하였고, 예방 수칙 및 행동 요령 홍보물을 비치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제주를 통한 완도 유입 가능성을 대비하여 지난 1월 30일부터 완도항만터미널에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여 감시 체계를 강화했다.

그러나 실제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완도항 여객터미널에서 열 감지기를 통한 발열검사는 제주에서 여객선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하루 3회 각 30분 정도였다. 그것도 어쩔 때는 여객선 도착 시간에 관계없이 할 때도 있다는 것이 완도항 항만터미널 주변인들의 얘기다. 

지난 5일 제주를 다녀온 한 관광객도 완도항 여객선터미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열체크는 형식적이라면서 즉각 시정조치에 들어가야 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관광객이 언급한 것은 차를 이용한 승객들은 발열체크를 하지 않고 유유히 빠져 나갔다는 것이다. 발열체크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문제점을 지적했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완도항 여객터미널은 제주에서 입도하는 승용·화물차 포함 차량이 100여대 가량이고 청산도 입도 차량은 2월엔 60~70대 가량, 4월 청산도 슬로걷기축제 때는 많게는 약 700대, 적게는 500대다. 

이 문제는 비단 완도뿐만 아니라 제주에서도 지적됐다. 6일 제주도의회 이승아 의원은 “제주도가 감염병 유입을 막기 위해 공·항만에 국내외 입도객들을 대상으로 열 감시카메라를 운영하고 있지만 승용·화물차를 이용해 제주도에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감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며 제주항에 들어오는 차량(운전자)들에 대한 발열검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감시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근 신종 코로나 사태로 유입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화물차 약 650대, 승용차 약 340대 등 매일 1,000대 가까운 차량들이 자유롭게 제주에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제주를 제외한 전국적으로 바이러스 확진자 및 접촉자가 늘고 있다. 운전자 스스로도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발열 감시 카메라를 즉각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이용 승객 뿐 아니라 청산도 방문 관광객이나 주민들에 대한 발열검사는 광주와 나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에서 청산도를 방문하는 주민과 관광객에 대한 검역 자체가 아예 무방비 상태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큰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완도항 여객터미널과 함께 열 감지기가 설치된 공용버스터미널도 마찬가지다. 6일 현장에 보건의료원 직원들로 구성된 완도군 비상방역대책반이 있었지만 화흥포항을 통해 입도한 승객들만 발열검사를 하고 있었다. 광주나 나주를 통해 완도에 내려온 승객들에 대해서는 전혀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였다. 

최근 완도군에서는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했다”, “보건의료원에 확진자가 있다”는 등의 근거 없는 가짜뉴스 및 허위 정보가 퍼져 군민들의 동요 및 불안을 야기 시킨 바 있다. 다른 지자체의 초동대응보다 미흡한 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유언비어·가짜뉴스까지 등장했으니 이쯤되면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전파 우려와 관련, 제주도가 매일 상황 브리핑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공항, 항만 등 출입국 검역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충분한 인력을 지원할 것 등을 주문하고 도민들에게 세정제, 비누, 마스크 등 개인 위생용품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공항에서도 입국자들에게 마스크가 지급될 수 있도록 행정에서 적극 나서주도록 지시했다.

원 지사는 “검역과정에 필요한 검사 키트와 시약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정부도 지원하겠지만, 필요하다면 제주도에서 지방비‧예비비라도 투입하겠다”며 특히 그는 “불필요한 불안감이나 가짜 뉴스가 생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도민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면서 정확한 팩트를 신속히 알리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관계 부서가 참여하는 정례 합동브리핑을 실시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또 해남군이 지난 1월 30일 관내 민관군 11개 기관과 함께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기관별 대처 상황, 효율적인 대응을 위한 협조 및 지원 사항 등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했지만 완도군은 아직 유관 기관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맞서는 네트워크를 구성치 못하고 있다. 또한 1월 22일부터 운영해온 방역대책반을 2월 2일 오후 1시를 기해 명현관 군수를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로 확대 편성·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완도는 부군수가 비상방역대책반 본부장을 맡고 있는 상태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지난 3일 긴급간부회의를 통해 “농어촌 지역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비롯해 전체 군민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손소독제 등을 비치할 수 있도록 해 선제적 안전관리 확보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해남군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전 군민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한편 다중집합장소 등에 손세정제 등을 보급하기로 하고, 관련 물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방역물품은 재난관리기금으로 마스크 13만매와 손 소독제 5,000개를 구매해 읍·면과 실과소 등을 통해 군민들에게 배부, 외출시 반드시 착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방침이다.

보건의료원 직원들만 비상방역대책반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는 완도군과 비교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적극적인 행정력과 민간의 협조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이 난국을 타개하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응책이 다각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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