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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절의 차례와 세배!

[완도차밭 청해진다원의 茶 文化 산책 98]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2.02 18:52
  • 수정 2020.02.0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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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설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고향’ ‘조상’ ‘효’ ‘세배’ 등이다. 우리나라의 정서다. 올 해는 여느 해 보다 빨리 들었다. 우리 국민들은 대 이동을 한다.

연수(年首), 세수(歲首), 원단(元旦), '삼가다'는 뜻의 신일(愼日) 등 모두 새해 첫날을 뜻하는 한자어다. 이에 비해 '설'은 순우리말로 '익숙하지 못하다', '낯설다'는 뜻의 '설다', 나이를 뜻하는 '살', 그 외 여러 설들이 있지만 그 공통적 속뜻은 새롭게 한 해가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고대의 제천의례에서 유래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신라인들은 원일(元日) 아침에 서로 하례하며 왕이 군신을 모아 잔치를 베풀고, 일월신에 배례한다.’하고, ‘백제 제8대 고이왕(재위:234~286) 5년 정월에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다. 고려 때는 설, 정월보름, 삼짇날, 팔관회, 한식, 단오, 추석, 중구, 동지를 9대 명절로 삼았고, 조선시대에는 설, 한식, 단오, 추석을 4대 명절로 삼았다고 한다.

설날 아침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조상에게 올리는 차례(茶禮)다. 차례는 간략한 제사를 뜻하는 것으로 '차(茶)를 올리는 예'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모든 제례에 차를 올렸던 것이 임진왜란 이후부터 술로 대신하게 되었다. 전쟁의 상처와 민초들을 향한 잔혹한 세금 수탈로 인한 차밭의 황폐화가 결과적으로 조상님들께 올릴 차를 만들지 못하게 된 까닭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설 차례는 설날 아침 조상님들에게 올리는 세배의 의미도 있다.

그리고 세배는 설날 아침 차례가 끝난 후에 어른들께 절을 올리는 새해 첫인사이다. 어른들께 세배를 할 때는 말없이 공경과 정성의 마음으로 예를 올린 후에 무릎을 꿇고 앉으면, 어른께서 먼저 덕담을 해 주시는 것이 순서이다. 우리가 잘못 알아 인사를 드리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 아래 사람이 웃어른께 인사말을 건네면서 하는 인사의 예는 맞지 않음을 알아두자. 즉 세배 후 덕담은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하고, 아랫사람은 그 답례로써 감사의 말로 안부와 축원의 말을 올리는 것이 예에 맞다. 유념하고 유념할 일이다. 이와 같이 세배 후에 다양한 설음식을 먹지만, 대표적인 음식은 역시 떡국이다. 집안의 어른들께 순회하듯 세배 다닐 때도 집안별로 떡국과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것 또한 즐거움 중 하나였다.

이렇게 차례를 올리고, 세배를 할 때 입는 정갈하고 깨끗하며, 혹은 새로 준비한 단정한 옷을 설빔이라고 한다. 즉, 설빔은 설날 새해 아침에 입는 새 옷을 말한다. 가난했던 시대를 살았던 어린 시절에도 설날에 설빔을 입는다는 것은 큰 기쁨 중 하나였다. 그 새 옷을 입은 채로 구슬치기며, 비석치기며, 제기차기 등을 따스한 돌담아래에서 삼삼오오 모여 재미있게 놀았었던 어린 시절이 엊그제인 듯 눈에 선하다.

여기에 복조리도 빼 놓을 수 없다. 복조리는 새해의 복을 담는다는 의미이다. 조리는 쌀로 밥을 지을 때 모래 등 이물질을 걸러내는 도구로 우리 어린 시절만 해도 설날 새벽에 팔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복조리 장수에게 조리를 사서 벽이나 문 위에 걸어 두었다. 먹을 쌀이 없어서 굶을 때가 많았던 시절, 설날에 산 복조리로 일 년 내내 쌀을 일 수 있고 한 해 동안 먹을 식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 달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풍속이다.

뿐인가?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 하여 밤을 새곤 했었다. 방 가운데 이불하나 놓고 빙 둘러 앉아 발만 넣고는 온갖 게임이며, 이야기며 잠 안 자려고 갖은 애를 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렇게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인지 모른다. 오늘날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의 명절 풍속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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