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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명예훼손 사건의 피의자였다!!

[독자 기고] 이승창 / 자유기고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1.03 13:32
  • 수정 2020.01.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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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 / 자유기고가

지난 성탄절에 검찰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이라는 반가운(?) 내용이었다. 한 마디로 형사사건의 피의자로 몰려있었던 내가 죄가 없다고 하니 이보다 반가운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떠올리기조차 싫은 사건의 자초지종은 대충 이렇다. 지난해 완도변환소 설치에 따른 주민대책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했었는데, 함께 활동했던 한 위원이 다른 위원 등 11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사건의 피의자가 되었고, 그로 인해 이미 완도경찰서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나는 남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상대방을 명예훼손 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단 1도 없어서 법률 지식은 없지만 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고 지내왔다.

필자는 학창생활 등으로 오랫동안 객지생활을 하다가 뜻한 바가 있어 고향으로 돌아와서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왔고, 그 덕분에 무사히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평범한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은퇴 후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직생활의 경험을 돌려준다는 의미로 고향을 위해 뭔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항상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혹시라도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는데, 그런 명분을 앞세워 지역정치에 발을 담그거나 공적인 자리를 탐할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지난해 연초부터 우리 지역의 현안 문제가 된 변환소 설치 문제 해결을 위해 짧은 기간 동안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위원들과 힘을 모아 노력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그 활동을 멈추게 됐다. 

많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는데, 어느 날 뜻하지 않게 고소사건의 피의자 신분이 되고 말았다. 함께 위원으로 활동했었던 지인으로부터 그 연유를 듣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었다. 

문자를 받고 드는 느낌은 한 마디로 굴레를 벗었다는 기쁨이나 안도감 보다는 씁쓰레한 기분이었다. 지금도 사건의 발단 이유 등을 자세히 알 수가 없고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다. 단지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분명한 것은 지역사회를 위한 일이라 할지라도 어떠한 경우에도 공적인 일에는 나서지 않아야겠다는 신념을 굳히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는 아무 탈 없이 순조롭게 굴러갈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역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힘을 모아도 힘겨울텐데,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의 화합을 서슴없이 무너뜨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또한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세상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소리 없이 굴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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