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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은 상관없고

[완도 시론] 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1.03 13:28
  • 수정 2020.01.0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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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검찰이 지난 12월 27일 법원에 제출한 이춘재 사건 기록을 봤습니다. ‘멋진 원칙’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춘재의 자백 과정을 적어 봅니다.

프로파일러들의 설득이 주효했습니다. 이춘재는 DNA 나온 3건만 인정한다고 해서 괜찮은 놈이 되는 것 아니니 다 털고 가자고 결심하기에 이릅니다.

종이와 펜을 달라고 했고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이라고 써서 프로파일러에게 건넸더니 다들 많이 놀라는 분위기였습니다. 10건 중 범인이 잡힌 8차 사건을 뺀 9건을 인정해야 하는데... 순간 다들 난감했을 겁니다.

이춘재는 다 내가 한 걸로 밝혀지면 경찰들이 곤란한 거 아니냐고 하면서 곤란하면 이야기 안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공은경 팀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 것은 상관없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이춘재 씨가 한 것이 맞다면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검사 작성 이춘재 조서에 기재된 공 팀장이 한 말 그대로입니다. 멋집니다. 공 팀장은 2009년 검거된 연쇄살인범 강호순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낸 프로파일러입니다.

8차 사건의 국과수 감정서 조작 여부와 관련하여 검경이 대립했습니다. 그 대립 속에 담긴 여러 이해관계를 봤습니다. 법정에서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객관적인 검증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그런 것은 상관없고’라는 원칙만 지킨다면 이런 대립은 줄어들 것입니다. 이런 원칙은 지켜야 할 때가 있는 것이고 그 때를 놓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공 팀장이 일단 9건만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했다면...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와 관련하여 정치논리가 개입되어 있고, 실질적인 논의가 부족했던 점은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인정하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양측이 우려하는 여러 문제되는 상황들이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제어되길 바랍니다. 저는 경찰, 검찰, 법원에 이렇게 멋진 원칙을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경찰 지휘부가 이춘재의 자백을 받아낸 공 팀장 등 프로파일러들을 많이 배려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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