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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를 어떻게 만났냐구요?[에세이] 김지민 /수필가
완도신문 | 승인 2019.12.13 15:26
김지민 / 수필가

오늘은 진우를 만났어요. 진우가 누구냐구요?
내 친구 중에서 가장 맑고 어린 친구예요.
책을 좋아하는 진우와 저는 의외로 통하는 부분도 많아요. 요즘 진우는 오디오북에 관심이 많아요.
부모님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고 내 친구도 뇌병변을 가진 장애인입니다.
진우를 처음 만났던 건, 2년전이었어요.
우연히 복지관 카페를 들렀는데, 그곳에서 어떤 직원이  "이거 맛있어요!" 하면서 부정확한 발음으로 말을 걸어 왔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죠.

그의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몸동작을 피해 나올까 하다가 그 친구 눈을 보며 "다시, 말해줄래?" 했더니, 카페라떼를 가르키며 "달아요 과자처럼 진짜 맛있어요!" 힘겹게 말해주더군요 그런데 눈을 마주 보고 들으니 또렷하게 들리는거예요. 그날 평소에 잘 마시지 않던 카페라떼를 아주 맛있게 마셨지요. 이후로 가끔 도서관에 대여 불가한 책이 있을 때 복지관 도서관으로 가요, 책을 대여하고 카페에 앉아 차라도 한 잔 마시고 있으면 어느 새 진우는 옆자리에 앉아서 "아줌마,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죠.

"아줌마? 안경 바꿨네요" "아줌마 염색했어요?"
"안어울려요 저 번게 더 어울리는데..."

진우가 건네는 말 속에서는 경계심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정작 나의 잠재의식에선 진우가 장애인이라는 의식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죠. 그땐 진우를 친구라기 보단 동정의 마음으로 보지 않았나 싶어요. 어떤 시각으로 진우를 보고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냥 한 사람인 진우를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진우는 복지관 카페에서 근무를 합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지난 달에 아줌마 휴대폰 바꾸고 싶은데 어떤 걸로 바꾸면 좋을까? 물었더니, 다행히 내가 마음속으로 찜한 모델을 말하더군요. 진우의 휴대폰과 같은 것이었죠, 진우가 추천해 준 휴대폰을 들고 복지관으로 갔습니다. 휴대폰 기능을 진우에게 묻습니다. 이미 사용법은 혼자 터득했지만 진우가 애써서 설명하는 그 자체는 내게 장애,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보편적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모습입니다.

진우를 알면서 나에게 진우같은 친구가 여러 명 생겼습니다. 예쁜 혜진이는 화장품을 좋아하는 스물 여덟살 친구입니다. 그런데 쵸코렛 앞에서는 아이가 되기도 하죠. 아는 얼굴 앞에서는 거절을 못하는 착한아이, 그래서 난 혜진이를 만날 때마다 단호하게 거절하는 법을 반복해서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행복합니다. 성숙하지 못한 마음이 아직 크고 있어서요. 경계가 흐려지고 나니 그들이 나와 다르지 않은 한 인격을 지닌 사람인 게 보였습니다.

비장애인 보다는 많이 힘들고, 불편한 시선을 많이 감당하며 살아 가고 있는 까닭은 장애인 처우나 대하는 시선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겠죠.

그들과 대화할 때는 조금 천천히 말을 건네고, 조금 더 주의 깊게 들으면 될거 같아요. 내게 다가온 낯설었던 진우의 눈을 보고 마음으로 말을 나누다 보니 진우는 마이 베스트프랜드가 되었습니다

며칠 전 다큐인사이드란 프로그램을 집중해서 봤는데 감동이었어요.

세계 치매 치료의 최전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법같은 케어법, 치매환자 중 중증으로 관심대상인 환자분들에게 몸의 결박을 풀고 자유를 줍니다. 키를 낮추고, 눈을 마주보며 대화합니다. 잦은 스킨십은 필수 입니다. 손을 잡아 주고, 어깨도 감싸 안으며 토닥토닥, 한 인격으로 대했을때 변화되는 과정을 다룬 방송이었는데 60일 동안에 난폭한 환자에서 웃는 사람으로 변화되는 걸 지켜본 의사도, 간호사도, 가족도 모두 기적이라 말하더군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인간은, 그곳에 함께 있는 누군가에게 "당신은 인간입니다"라고 인정받음으로써, 인간으로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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