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가는 길
섬이 좋아 찾은 섬
나도 섬이 되었다
섬이 되니 외로워
섬의 껍데기 두고
뭍으로 왔다가
섬이 외로울까
다시,
섬으로 간다
일요일 오후, 배 안에서 시 한 수 지으며 어디를 보아도 바다고 섬이 섬을 이웃하는 광경에 빠져있다가 배에서 혼자 내리며 비에 바람까지 더해지니 딱 겨울 선전포고처럼 느껴졌다.
이곳에서 처음 맞이하는 겨울. 눈이라도 한 번 내려주면 강아지처럼 팔딱팔딱 뛰고 나면 겨울에 대한 두려움이 사그라질까! 잠자리에 누워서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밭에서 뽑은 무 두 개를 푸른 잎사귀 채로 흙만 털어 들고 오신 동네 어머니.
“보일러도 틀고 따숩게 있어. 무수는 반찬 해 잡숴. 잎삭은 된장국 끓이면 맛나.”
엄마 하나 나 하나 하자고 설득하니 작은놈을 집으시고는 “그람 가요, 소장님!”하고 보행기를 밀고 가시다 모자랑 장갑 끼시라고 뒤에 대고 소리치는 나를 또 한 번 돌아보고 추우니 들어가라 손짓하며 가신다.
이곳에서 수 십 번의 겨울을 겪어내었을 어머니들, 그리고 말없이 지켜보았을 사자바위. 그날 밤엔 겨울의 두려움을 살포시 떨친 탓일까? 내 마음이 평온해지니 나를 편안케 해준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게 되더라. 기왕 와버린 겨울 아름답게 겪어야겠다.
하늘에 누군가가 계신다면,
오늘날 제 설 자리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어깨 수그린 영혼, 서 있을 자리 찾아 당당히 서 있게 해주시고, 누군가 애써 노력했는데도 안 되어 마음 아픈 이 있다면 그를 보듬어 주소서.
몸이건 마음이건 아파 우는 이.
흩날리는 바람에 눈물 말려주시고,
맘속 시린 고드름 얼어 붙은 자 호오호오 호오 뜨거운 입김으로 녹여주소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귀히 여기사,
악을 가지고 자기 배 부풀리기 위해 타인의 피고름 짜내기 즐기는 자를 거듭 선량한 시민으로 눈뜨게 하시고, 일개미처럼 굽은 허리 아플 새 없이 이 고통 저 고통 쓸어 담는 자!
그대 품 안에 거두어 온기를 주소서.
큰 행운으로 기쁨 만끽하는 한 사람 그를 만들지 마옵시고, 아무 일 없음에 감사하는 근심 없는 하루 속에 내 할 일 오롯하게 행하는 평온함을 만인과 만물에게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