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사람들 사이에 ‘섬’ 이 있다 ‘사이’ 는 어떻게 극복되는가!

[섬, 섬 사람을 말하다] 섬, 그리고 사이(섬의 가치와 중요성)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9.11.29 11:44
  • 수정 2019.11.29 11:5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섬>

단 2줄의 시행으로 고립된 나(섬)의 이미지를 나와 너라고 하는 사이의 이미지로 바꿔 버린 명시, 많은 이들에게 애송되고 있는 정현종 시인의 '섬'이다. 

그의 시는 섬에 대한 일반 국민의 정서와 인식은 물론 문학 문화예술 방송, 국가 정책과 섬의 날 지정,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정책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끼쳤다.     

문학의 가치와 힘이 이러한데, 본 시의 핵심은 '사이'다. 나는 왜? 네게로 가려하는가! 내가 너에게로 가기까지, 그 사이는 어떻게 지나가야 하는가! 

나는 분명, 나만이 존재할 수 없기에 너가 있어야만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사이를 통해 나는 네게로 간다. 그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이 바로 사랑임으로.   

시인에게 있어 내가 너에게 가는 그 길이란, 초속 30만 킬로의 속도로 1억 5천만 킬로미터를 힘차게 달려 온 노곤한 햇살을 아늑한 품으로 안아주는 바닷물과의 만남이 백금빛의 윤슬로 반짝이는 순간임을 말하고 있는데, 인간의 가장 깊은 경지에 이르는 길을 '그 섬에 가고 싶다'로 표현하고 있다. 맞다. 나란 존재란 게 무엇과 맞닿아 있지 않으면 나는 그 무엇도 아니다. 내가 너를 부르며 나와 너 사이를 건너갈 때 너와 나는 온존재가 된다.

고로 나는 존재하는 모든 힘을 기울여 네게로 간다. 그건, 영원한 나와 너를 부르는 일이다.

그 사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의 시가 발표되고 섬은 문화예술계에 반향을 일으키며 방송계에 집중되면서 뭍사람들이 찾는 힐링의 공간이 되었다. 도시의 삶에 찌든 이들은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와 또 다시 배를 타고가 섬을 건너갔다. 섬에서 안겨주는 것들은 상쾌한 바람 밑바닥까지 환하게 보이는 깨끗한 바다와 눈 높이에 쌓아올린 돌담과 그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좁다란 골목길의 아름다움까지, 그건 우리가 잃고 살아왔던 지난 날이었고, 그들에게는 탄성을 내지를 만큼 소중한 선물과 같았다.

하지만 대를 이어 섬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악천후와 가뭄, 바람 등 반갑지 않은 불청객과 늘 싸워야 하는 애처러운 삶의 현장이다. 더구나 하루 2번 오가는 여객선마저 툭하면 결항되기 일쑤여서 급한 용무나 위급한 상황에선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애환까지.

하늘에서 보면 그저 아름다운 낙원으로만 보이겠지만, 땅 위의 현실은 정말이지 지옥와 같을 수 있는 곳. 

섬과 뭍 사이에는 그러한 차이가 존재한다.

현재 지역 내 섬들은 연도연육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시점이지만, 앞으로의 섬을 어떻게 가꿔가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는 크게 없는 상태다. 절해고도의 섬에 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어떻게 간직할 것인가! 우리는 보존과 개발이라는 서로 대치되는 관계에 있는 둘의 조화를 어떻게 이뤄내 오랫동안 보전하여 후손들에게 넘겨주면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산으로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을 것인가?   

본 특집4에서는 섬과 관련한 정부와 전남도의 정책 방향성과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가보고싶은 섬 기획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심보균 / 행정안전부 차관

심보균 차관 "주민 참여, 소득사업 전개" ,"섬 정책, 대한민국 도약으로"

그동안 섬 발전을 위해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관광 트렌드가 조금씩 변하면서 섬은 이제 살기 불편한 지역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 섬 주민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며 국가 자원의 보고로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섬은 저마다 고유한 생태·문화·역사·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옹진 백령도 콩돌해변의 돌멩이 합창, 완도 여서도 돌담길, 부안 위도의 율도국 전설 등 인위적인 개발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찾아가서 직접 체험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더 나아가 섬이 보유한 자원을 잘 활용하고 아름답게 가꾸며 주민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행정적 서비스를 개선·확대하면 섬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대책에서는 갯벌 등 해양자원을 활용한 해양생태관광을 활성화하고 트레킹 코스 조성, 섬 내 관광자원을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 등을 통해 섬을 찾는 이들이 섬의 숨겨진 가치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경관조성, 폐교·폐가 리모델링, 민박시설 지원 등을 통해 섬을 잘 가꾸고 주민불편 해소를 위한 의료·교육·교통 분야 서비스를 확대해 드론택배·원격의료 등 신산업 기술을 적용, 섬이 신기술 적용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리의 바다에는 묵묵히 서 있는 섬이 있고, 그 섬에는 오랜 세월 섬을 지키고 살아온 주민이 있다. 비록 많은 사람이 육지로 떠나고 소수의 사람들이 섬을 지키고 있지만,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섬 주민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주민 주도와 참여로 소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역량교육을 강화하고, 사업을 함께 추진할 열정있고 능력있는 활동가를 연계하여 부족한 주민 역량을 보완하며, 관련 절차를 개선하여 사업에 필요한 시설 사용료 등의 부담을 경감토록 할 계획이다. 또한 인력, 시설 등 부족한 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수의 섬이 협력, 소득사업을 추진할 경우 공모가점도 부여할 예정이다. 한편, 섬 여행시 지도, 해양정보, 승선 등 관련 앱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특이점도 발견됐다. 
이러한 빅데이터 조사 결과를 반영, 여객선 준공영제 확대를 통해 교통접근성을 개선하고 여객선 요금할인, 할인 관광상품 발굴을 통해 여행경비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섬 정책은 단순히 섬과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 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바다가 섬을 둘러싸고 있으니 해양정책과 연계되고, 영해가 맞닿아 있는 경우 국방·외교 정책으로 확장돼 모든 국민에게 적용된다. 섬의 가치도 그에 따라 점점 중요해 지고 있다. 체계적인 섬 정책으로 섬을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도약의 거점으로 만드는데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윤미숙 / 전남섬가꾸기 전문위원

윤미숙 위원 "섬은 공동체인 초미니국가다", "섬을 외면해 임진왜란 발생"

전라남도가 먼저 시작한 ‘가고 싶은 섬’ 사업은 철저히 주민주도형이다. 우선 공모 신청을 통해서 섬을 선정하고(경쟁율이 높다)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담보로 한다. 기본계획을 주민과 함께 세우고 섬의 특성을 세밀히 살핀 후에 주제를 정한다. 

첫 해부터 4년간 주민대학을 가동해 의식과 능력을 계속 노크한다. 가능한한 폐공가를 리모델링해서 최소한의 숙소와 식당, 카페를 조성하는데 사회적 경제 구조를 갖춘 생활협동조합 등의 마을법인을 만들어 주민들이 다같이 십시일반 투자해서 운영하는 구조다. 

지금까지 12개의 섬이 동시다발로 진행중이고 2024년까지 24개의 섬을 발굴, 가꾼다는 계획이다. 고흥 연홍도가 국내 최초 미술섬으로 구성되어 잘 나가고 있고 완도 소안도, 생일도가, 보성의 유일한 섬인 장도가, 강진의 가우도가, 진도의 관매도가 신바람나게 달리고 있다. 

나는 4년째 이 일을 담당하고 있다. 한 여름 작렬하는 땡볕 아래 푹푹 찌는 갯길을 따라 섬에 다니는 일이, 오지게 추워서 사지가 오그라드는 한겨울에 섬을 드나드는 일이 사실상 힘들어 죽겠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목소리가 급격하게 커지는 성질 급한 주민들과 회의를 계속하는 일도 사실은 강력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아무리 화가 나도 꾹꾹 눌러 참아야 하고, 언제나 웃는 낯으로 대해야 한다. 육지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척박하고 힘든 환경 속에서 자식들 일곱 여덟씩 호미자루 하나로 키워낸 분들이다. 물 나면 갯것 잡고, 물 들면 돌밭 일구며 살아낸 엄니요 아부지들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여러 질 좋은 사회적 서비스가 와닿지 않는 곳에서 아무 군말없이 살아낸 어진 백성들이다.

아무리 억지를 부리고 고함을 지르며 싸워도, 머리 위로 물잔이 날아다녀도 나는 어쩐지 그분들이 사랑스럽다. 이제는 마을에 조그만 갈등이라도 생기면 먼저 부른다. 너가 와서 회의를 주재해야 안싸우고 해결 난단다. 덕분에 섬 주민들의 엄청난 사랑를 받고 산다. 

한국의 섬은 오랫동안 국토의 변방으로 외면 당해왔다. 섬을 외면하다가 징검다리로 내주어 임진왜란을 불러왔고 섬을 외면하다가 모든 신혼부부들을 외국의 섬으로 신혼여행을 보내게 되었다. 

수천 개의 섬이 생김새가 모두 다르며 지방마다 다른 특색을 보인다. 섬은 숲과 소하천, 갯벌과 조간대, 바다, 사람과 마을, 공동체 문화가 한 공간에 모인 ‘초미니 국가’다. 이제 섬에 갈 때 여권을 가지고 가자. 

아쉽게도 공도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수산 경기가 좋은 몇몇 섬을 제외하고는 노인들만 사는 늙은 섬이 되고 말았다. 올해와 내년의 생존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극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어떤 섬은 십년 후면 인구가 10% 정도 남는 곳도 있다. 반면 6차 산업이다 해서 일거리가 넘쳐나도 청년이 없어서 추진하지 못하는 곳이 섬이다. 
 

이상심 / 전남도 섬해양정책과장

이상심 과장 "섬 정책의 주인공은 섬 주민", "섬사람도 뭍사람도 모두 행복"

현재까지는 도서종합개발 사업이 국가차원의 가장 대표적인 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방파제, 물양장, 여객선 접안시설 등 섬 주민들의 생활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어왔다. 그러나 500여개에 달하는 전국 유인도에 투자되는 예산은 수요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 나가면 만나는 주민마다 “이것이 필요하네요, 저것은 노후되어 위험하니 교체해야 하네요” 하는 민원이 줄을 잇는다. 현장에 가서 주민을 만나는 것이 죄송할 지경이다.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액을 거론하며 섬에 적지 않은 금액이 투자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육지에 사용되는 100억원과 섬에 투자되는 100억원은 그 사업량에서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섬 지역 사업은 사업 물자와 인력을 배로 이동해서 추진해야 하므로 육지에 비해 전체 사업비의 30%이상이 더 소요된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흑산권의 가거도나 만재도 같은 육지와 거리가 먼 섬은 운송비로 절반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야만 하는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같은 도서개발 사업임에도 주관하는 정부 부처도 이원화 되어있어 지자체 입장에서는 같은 업무를 지역에 따라 지휘 감독하는 부처가 각각 있어 비효율적인 측면을 마주할 경우가 있다. 

거기에 섬 관광개발과 관련된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양수산부에서 지원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섬 정책이 여러 부처에서 각각 추진되고 있어 섬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칭)국립 섬 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섬 연구기관이 설립되면 섬이 가진 다양한 생태, 문화, 관광 자원을 종합적으로 조사 연구하여 정부 정책으로 연계할 수 있는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섬 정책으로는 전남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이다. 이 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주민 참여형 사업이다. 주민 스스로 자신들이 삶의 터전인 섬에 대한 자원을 조사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동참하여 주민 소득사업으로 연계하는 것이 목표이다.

10년동안 24개의 섬을 선정하여 가꾸어 나갈 계획이다. 현재 14개의 섬이 선정되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섬 주민들 간 아름다운 경쟁을 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함께 전남은 섬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 펼치고 있지만 이 정책의 목표는 모두 하나이다. 섬에 살고 있는 사람이 행복하고 섬을 찾아오는 사람이 만족하여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가꾸는 일이다. 그래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모든 섬 정책의 주인공은 섬 주민이다. 섬 정책을 추진하는 공직자로서 이 사실을 망각할까 항상 경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