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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지정(晩秋之情)![완도차밭, 은선동의 茶 文化 산책 -90]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완도신문 | 승인 2019.11.29 11:17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늦가을! 11월의 말이니 이젠 겨울이라 해야겠다. 산골이라 더 추운 듯하다. 강원도엔 눈이 많이 내렸다 한다. 이와같이 기온차가 급격하면 건강에 매우 신경을 써야한다. 급격한 기온차가 신체의 생체리듬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밖에서 새벽운동을 즐겨했던 분들은 더욱더 신경을 써야한다. 시원하다, 차갑네가 아니라 자연의 숙살기운은 냉혹하여 견디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으스스한 정도를 넘어 몸기운이 견디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면 심한 몸살과 감기에, 기존에 앓아왔던 지병들도 동시에 동반하여 몸기운을 현저히 다운시킨다. 자칫 견디기 어려울 만큼 위험해지기도 한다. 크게 유념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안온하게 감싸 안은 듯한 형세(비밀!)의 이곳 은선동도 겨울 한기가 벌써 스멀스멀하다. 해풍과 입구 호수의 서늘한 한기까지 몰아서 올라 올때면 은선동의 차나무들도 밤새 허옇게 서리를 이고 앉아 있다. 자연이 불어내는 숙살의 천지기운을 뉘라서 막을 수 있으랴. 오직 차나무만이 여여하게 서 있을 뿐이다. 하늘을 뚫을 듯이 우뚝 솟은 은행나무도 가지에 달린 황금잎새들이 떨어지고 있다. 그도 모자란지 이파리 하나 남기지 않으려 애쓴다. 전생의 업장을 다 녹여 털어내듯이. 앙상한 나무는 벌써 오는 봄을 기다릴까? 엄습하는 한기를 견뎌보며 굳게 참아내는 울음 기운을 들키고 말았다. 그 옆엔 아직도 붉고 누렇게 뭇 꽃들이 피어나 세상 사람들은 단풍들었다며 아름답다 한다. 그러나 혹여 아픔을 안고 있진 않을까, 아님 외롭고 쓸쓸함에 떨고 있지는 않을까? 앙상함으로 고개를 떨구고만 서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닐진대 그 모습은 외롭고 쓸쓸함을 넘어 다시 못 올 아름다움을 꿈속에서나 기약하고 있는 듯 보인다. 보고있는 나 자신도 한번 가고나면 지금의 이 아름답고 복된 삶의 모습을 어느 세상에서 다시 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아름다운 수목들도 봄을 기다리는 큰 희망을 품고 살 듯이 우리네 인생 삶도 큰 희망의 꿈만 잃지 않으면 언젠가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그래서 공부인들은 세상을 향한 서원의 꿈을 꾸고, 그 꿈을 가꾸며 산다. 세상의 모습이 눈으로 보이고 또 보는 것이 다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이 공감하고 하나된 그 마음으로 보아야 비로소 세상의 모두가 아름다운 꽃이었음을 알진대. 꽃의 아름다움은 꽃과 깊은 인연이 닿아야 비로소 아름다운 꽃을 알아볼 수 있다. 공부인도 그렇다. 깊고 큰 서원으로 속깊은 공부를 정성스레 해야 비로소 공부인의 향이 난다. 물론 그 정도 되어야 서로 알아볼 수 있겠지만, 깊은 정성들여 얻지 못하면 역시 눈 앞에 있어도 그를 알아볼 수 없을 터이다. 차 또한 마찬가지이다. 차의 재배, 채다, 제다, 음다를 잘 알아야 비로소 차인의 향을 피워낼 수 있고, 그 차인을 알아볼 수 있는 식견을 갖게 된다. 즉, 그 사람이 아니면 그 사람을 알아 볼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은 저마다 각 분야에 그 역할을 할 그 사람들이 필요하며 또한 그 일을 할 그 사람을 항상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가을의 끝자락이 되어서야 가을의 향을 느끼는 어리석음에 실소를 금할길이 없지만, 물끄러미 내 안을 들여다보며, 다가오는 시절 인연들도 함께 살펴 헤아려 본다. 은선동의 가을은 익을 대로 익어 가지 끝에 겨우 매달려 있는 홍시감에 가득 머금어 있다. 저 감은 속 깊이 잘 익어 그 어떤 감보다 훨씬 더 맛있을 게다. 그리고 가을은 이내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따스한 꿈을 가득 머금은 차가운 겨울이 휘몰아치겠지. 그럼, 겨우내 끙끙 앓으려나? 따끈하고 감미로운 여래향(발효차)으로 올 겨울을 달래야겠다. 외로움도, 그리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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