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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점염실진과 브랜딩!

[완도차밭, 은선동의 茶 文化 산책 -87]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11.08 14:06
  • 수정 2019.11.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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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점염실진(點染失眞), ‘점점 물들어 고유의 특성을 잃는다.’라는 뜻이다. ‘차에는 스스로 참된 향과 참된 색과 참 맛이 있는데 한 번 다른 물질과 오염되면 곧 차로서 참됨을 잃는다. 차 끓이는 물에 조금이라도 소금기가 녹아있거나 차에 다른 먹거리가 섞여 있을 경우, 찻그릇에 과일즙이 묻어 있어도 모두가 차의 참됨, 즉 차의 진성을 잃는다.’라고 초의선사의 <다신전>에 이른다.  

차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 차들이 재료측면에서 순수한 하나의 재료, 혹은 둘 이상의 재료로 혼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크게 나누어지고 있다. 요즘의 대세(?)는 혼합하여 만든 차류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각각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마실만한 차가 그리 흔치 않다. 차 입장에서만 살펴보면, 차는 차나무의 잎으로 만든 기호음료임을 잊지 말자. 차의 종류는 크게 발효도로 구분하여 불발효차(녹차류)와 반발효차와 완전발효차(홍차류)와 후발효차(중국의 보이차류 등)로 나눈다. 여기에서 홍차는 세계 3대 기호음료에 속한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브랜딩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탕을 넣거나, 우유와 과일즙, 또는 도수가 높은 술 등을 넣어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들부터 노인에 이르기 까지 자기가 마시고 싶은 대로 마실 수 있어 그 계층이 매우 다양하고 폭넓기 때문이다. 그러나 녹차류 만큼은 브랜딩을 하게 되면 차가 갖는 고유의 맛과 향을 잃기 때문에 혼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녹차에도 다양한 재료 등을 혼합하여 법제하거나 섞어서 마시기도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홍차에 내가 혼합하여 마시는 것이 아니라 혼합차류가 상품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좋다 좋지 않다, 잘했다 그렇지 않다고만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차가 기호음료이기 때문이다. 기호에 맞으면 즐겨 마시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안마시면 되는 개인의 기호도에 따른 시대적 유행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혼합차류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차를 만드는 생산자 입장에서 시대 유행이 그러하니 혼합차류들만 만들어야 할까? 물론 그래야만 돈도 벌고 명예도 얻을 수 있다(?). 물론 널리 유통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모두가 그렇게 혼합류의 차들만 만들게 되면 차가 갖는 고유의 특성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사실 차들을 정말 잘 만들어서 널리 마셔지고,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그 역할이 커져서 새로운 혼합차류의 법제 등이 새롭게 요구되고 연구되는 발전적인 모습의 하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그렇게만은 보이지 않는다. 그 까닭 중 하나는 차를 만드는 법제가 지극한 정성이 필요하다는데 있다. 만들면 만들수록 쉽고 향상되고 좋아야 하는데, 만들면 만들수록 더욱더 정밀한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 그 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돌파구의 하나로 혼합차류의 등장을 무시하기 어렵다. 그동안 차의 효능은 검증되었고, 마시면 좋다는 것도 알려져 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보편화 되거나 일반화 되지 않는 문제가 오히려 어려운 상황들을 만들게 되었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효과적인 홍보 유통의 어려움과 그로인한 경제적 악순환이다. 그러니 그 일 자체를 기피하게 되고 그 수요도 줄게 되는 것이며, 이것은 곧 차를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음료 개발의 단초가 되었다. 차계 역시 자구책의 하나로 혼합류의 차들이 개발되게 되고, 나아가 대용차의 개념을 넘어 한방 건강차류와 꽃들을 응용한 차류들이 개발되게 이르렀다. 발전적 측면도 있지만, 차계의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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