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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원하는가?

[완도 시론] 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10.03 21:47
  • 수정 2019.10.0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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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전임 문무일 총장은 취임 후 전국 40여개 지청 단위의 검찰청에서 ‘특별수사’ 전담 검사를 폐지했습니다. 그리고 수사권 조정 법안의 문제를 제기하며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형사부 등을 강화하고 직접수사의 총량 제한 즉 특수수사의 축소를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1일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등 3곳을 제외하고 특수부를 폐지하겠다는 등의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전임 총장이 주장한 개혁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무일 총장이 발표할 때와 지금 반응의 차이는 어떤 사정변경 때문인가요.

경찰이 수사를 잘 하는 분야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 글이 경찰의 수사능력을 전체적으로 폄하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경찰에 사건을 보내지 말고 검찰에서 직접 수사 해주길 바랄 때가 많았습니다. 사기, 횡령, 배임 등 재산범죄의 경우 때로는 복잡한 법리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률가인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바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찰에 접수된 모든 고소·고발사건을 수사하기에는 검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검찰에 접수해도 경찰에 보내질 게 뻔하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 검찰수사를 원하면서도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었습니다.

통계 등을 보면, 검찰에 접수되는 고소·고발사건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11년 60,051건→ 16년 80,806건), 검찰의 직접수사를 원하는 국민은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검찰이 좀 더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것 같다, 검찰의 수사능력을 신뢰한다 등의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검찰불신을 이야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다른 것 같습니다. 내가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고소 등을 해야 할 때는 이렇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만 이러는 건 아닙니다. 정치인들과 사회유력인사들의 고소·고발장도 대개 검찰청에 접수됩니다. 경찰 수사를 원하는 경우는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검찰이 이해관계자인 경우로, 최근 임은정 검사의 고발사건을 예로 들 수 있겠지요.

이렇게 검찰의 직접 수사를 원하면서도 검찰의 직접수사 제한이 검찰개혁안으로 논의되는 이유는 특수부 수사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치권 또는 여론의 압력, (조국 장관 수사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주장하는) 몸담고 있는 조직의 이해관계 등이 결합하면, 무리수를 둘 위험이 커진다는 겁니다.

“검사가 사건을 찾아 직접 수사를 하게 되면 무리를 해서라도 재판에 넘기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동안 검찰이 이러한 직접 수사를 무기로 과도한 검찰권을 사용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조국 장관은 청와대에 있을 때 이런 특수수사의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이의를 제기한 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사과정이 언론을 통해 중계되다시피 했어도 피의사실공표의 문제를 이야기한 적 없습니다. 법원이 별건수사를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을 때도 침묵했습니다. 모멸감 때문에 자살한 사람이 나왔지만, 성의 있는 유감표명도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전임 법무부장관도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원하는 수사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일 겁니다. 오히려 “잘하고 있다”면서 ‘특수수사’를 검경수사권 조정과정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아래는 2018. 1. 14.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직접 발표한 내용입니다.

“이미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수수사 등에 한하여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칼이 자신을 향하자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국 장관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명분’없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형사사건의 이해당사자가 될 경우 검찰의 직접 수사를 원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현실과 그 이유를 검찰개혁과정에서 함께 고려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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