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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따라 온 싼타 할아버지

[에세이-작은도서관 편지] 이선화 / 넙도행복작은도서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9.27 10:06
  • 수정 2019.09.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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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 넙도행복작은도서관

“왔어요?”
“누가 왔어!”
“아이 참, 방방이 왔냐구요”
“아 방방이 아직 안 왔어요”
“언제 오는데요”

앞니가 두 개 “쏙” 빠진 유진이가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도서관 문을 열고 하는 이야기다. 요즘은 매일 방방이가 왔는지 확인하는 것이 일과이다.

“유진아 너 방방이 타보기는 했니?”
“그럼요 해남에 갔을 때 타봤는걸요”
“타봤구나! 여럿이서 같이 타면 위험하다고 하는데 다칠 수도 있대.”
“알아요. 조심해야죠”
“유진이는 다치지 않고 탈 수 있니?”
“그럼요 잘 탈 수 있어요”
“유진아 방방이를 타려면 지켜야 할 것이 또 있어 선생님하고 안전교육도 해야 하지만 책을 읽고 방방이 타기로 약속할 수 있니?”
“야호! 그래요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방방이는 언제 오는 거예요”
“조금만 기다리면 올 거야! 방방이를 보내주신다고 약속하신 분이 계시거든.”
“아 ~ 알겠다. 싼타 할아버지요?”
“그래 싼타 할아버지 비슷한 분이지 넙도 싼타 할아버지”

유진이가 며칠 전에는 비를 맞고 골목길을 뛰어다니더니 선창가 크레인 밑에서 기름통을 들고 놀고 있다. 그것도 친척 동생 유정이와 기름을 신발에 잔뜩 묻히고 놀고 있는 것이다. 깜짝 놀라 유진이에게 달려갔다. 냄새도 나고 위험하기도 하여 “유진아, 이러면 안 돼.” 하자“왜 안돼요. 놀 것도 없어서 심심해요”하는 것이다. 계속 기름통을 가지고 놀겠다는 아이를 옷 갈아입고 씻고 오면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꼬셔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옷을 갈아입고 온 유진이 에게 아직도 기름 냄새가 난다. 손과 발을 온수를 틀어 비누로 거품을 내어 박박 씻어주니 아프다고 한다. 냄새가 나니까 그렇지 하며 씻고 약속대로 아이스크림을 사준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 있었다. 정화와 아이들은 추석에 보름달을 보며 트램폴린(방방이)이 오기를 기도했다고 한다. 하느님 하느님 방방이가 빨리 오게해 주세요하고 말이다. 기도 덕분인지 트램폴린이 설치되고 아이들은 신이난다. 방방이는 무료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규칙이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놀이 기구를 탈 수 있다는 규칙 말이다. 규칙을 잘 지키고 상을 받을 일을 한 친구들에게도 방방이를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줄 생각이다. 물론 이용권에는 이용시간도 적어 놓을 것이다. 넙도 앞 바다까지 아이들의 신나는 소리가 크게 크게 들린다. 야~ 하고 말이다.

도에 놀이기구가 설치되기까지 도움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지면을 통해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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