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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잔재 청산과 역사정기 바로 세우기

[완도 시론] 김남철 / 완도고등학교 역사 교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9.20 12:58
  • 수정 2019.09.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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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철 / 완도고등학교 역사 교사

최근 한일간의 갈등이 경제 전쟁에서 역사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지난 과거의 역사 갈등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온존되어 왔던 것이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의 억압과 수탈 그리고 강제 징용과 일본군 ‘성노예’의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고, 고스란히 무시되거나 왜곡되어 왔다. 그리고 일본은 지난 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권에 따라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모른 척 하거나 애써 외면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늦게나마 한국 법원이 강제 징용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결정한 것을 핑계로 일본은 경제 보복을 하여 갈등이 시작되었고, 또한 GSOMIA(한일정보보호조약)까지 파기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지난 과오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결과이다. 현재의 갈등을 단순한 감정 대립으로 생각하거나 양국의 이해관계로 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일제 강점기의 일제의 과오는 제대로 해결해야 할 역사적인 과제이며, 현재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에 동의한다.

해방 후 70여년이 흘렀지만 우리 안의 친일의 잔재는 너무나 많다. 최근 전남도교육청에서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전수 조사를 통해 168건(153개교)을 공개하였다. 조사 결과 도내 153개 학교에서 일제 양식의 각종 석물과 교표, 친일음악가 작곡 교가, 일제식 용어가 포함된 생활규정 등 168건의 친일잔재가 확인됐다. 일제 양식의 충혼탑, 석등과 같은 석물도 33건이나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친일인사의 공덕을 기리는 공덕비와 충혼탑, 교훈비도 다수 포함돼 있다. 충혼탑의 경우, 일본군 전사자를 기리는 의미의 끝이 뾰족한 묘지석 문양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백지동맹’, ‘동맹휴학’,‘불온문서’ 등 일제식 용어를 쓴 학생생활규정도 33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는 친일 음악가들이 작사하거나 작곡한 교가를 무심코 불러왔고, 욱일기를 상징하는 교표를 자랑스럽게 차고 다니게 하였던 것이다. 학교 생활규정에도 일제의 용어가 그대로 남아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관심이 없고, 또 모르거나 외면한 결과로 우리는 일제에서 해방되었지만 여전히 식민지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이제라도 친일 잔재를 찾아 청산하여야 할 일이다. 그래야 민족정기를 바로 세울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전남도교육청은 물론 전국으로 친일 잔재 청산 작업이 들불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학교 현장을 물론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제식 용어에서부터 석물, 식물까지 전수 조사를 통해 청산 작업을 꾸준히 전개해야 할 것이다.

항일 운동의 3대 성지라고 평가받는 완도지역에서도 친일 잔재의 실상을 조사하여 청산하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작업 현장에서부터 생활 공간에서 사용하는 일제식 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는 운동부터 전개했으면 한다. 일제 강점기에 완도 곳곳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항일과 독립을 외쳤던 자랑스런 지역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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