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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가 그리울 때는 완도로

[에세이] 장창영 / 시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8.30 12:08
  • 수정 2019.08.3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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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완도는 여유롭다.

눈을 돌리면 사방 어디라도 느긋함이 느껴지는 바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눈이 시원해질 수 있는 파란 바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완도는 축복받았다. 강원도의 바다가 서늘함을 품고 있다면 남해안의 바다는 여유로움을 닮았다.

만약 완도가 수도권과 조금만 가까웠더라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휴가지로 완도를 떠올렸던 사람도 그 거리가 상당하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란다. 하지만 완도는 그 먼 거리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이채로운 동네이다.

완도의 진정한 매력은 넓은 바다만이 아니다. 곳곳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섬들은 제각각 매력을 품고 있다. 무엇보다 완도에서는 미세먼지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공기는 맑고 깨끗하다. 도심에서 매연과 탁한 공기에 시달리던 이들로서는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게다가 완도 해변에는 도심보다 음이온이 몇 십 배가 넘게 분출된다. 깊게 숨을 들이쉬면 몸속 노폐물은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좋은 기운이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완도에서는 도로를 달리다 한 쪽에 차를 세우고 저녁노을이 지는 모습만 봐도 마음 한편에 평화와 여유가 밀물처럼 밀려든다.

완도에서는 급할 일이 없다. 물론 일정이 제한된 여행자라면 느긋함을 누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비우면 어떤가? 당신이 하루쯤 게으름을 피우거나 자리를 비운다고 세상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많고 많은 날 중에서 하루쯤은 온전히 자기를 위해 투자해도 좋지 않은가? 내가 묵고 있는 완도 청학동 체험마을만 하더라도 바닷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당으로 나가면 해가 지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밤이면 머리 위로 별이 출렁인다. 마을과도 한참이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시간이나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고자 한다면 권할 만하다.

완도는 전복과 김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예전에는 완도를 대표하는 게 김이었지만 지금은 전복이 그 명성을 대신하고 있다.

완도에 전복 양식이 활발해진 후, 완도 바다는 전복을 양식하는 양식장으로 뒤덮였다. 어떤 이는 자연 그대로를 보지 못해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덕분에 완도 사람들은 지갑이 두둑해졌다. 예로부터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던가. 하지만 그 넉넉함은 거센 바닷일과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은 이들이 땀 흘려 만든 결과물이다. 완도의 또 다른 명물은 유자이다. 물론 고흥이 유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완도 고금도 또한 유자로 유명한 곳이다. 유자를 딸 때면 일손이 부족한 이 지역으로 일꾼들이 몰려든다. 

사실 완도는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고장이다. 윤선도로 유명한 보길도를 비롯하여 슬로시티 청산도, 신지도의 명사십리 등 일일이 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고산 윤선도가 보길도를 택하여, <어부사시사>를 남기며 자신의 노년을 보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은 신지도를 비롯하여 고금도, 약산도까지 다리로 이어져 배를 타지 않고도 자동차로도 여행이 가능하다. 또한, 전복을 비롯하여 우럭, 광어 등 신선하고 풍부한 해산물 먹거리도 많기 때문에 가히 여행자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올여름, 당신이 좀 느긋한 여유를 즐기고자 한다면 완도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넉넉하고 푸근한 완도 바다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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