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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적셔 맑게 흐르는 아름다운 강

[완도의 자생식물] 110. 인동초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8.23 14:19
  • 수정 2019.08.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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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


맑은 개울물 소리가 이른 아침에 꾀꼬리 노래의 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 온 산천은 신록으로 푸른 가슴을 열리게 한다. 여름날 신록의 들판은 그대로가 꽃이 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푸른 바람이 와서 가슴을 안아준다. 마음만 열고 있으면 초록 잎 꽃이 된다. 무심한 바람도 초록잎에서는 맑은 눈동자가 되고 마을 들길에서는 부드러운 원추리 꽃 흔들림으로 마음을 여리게 만들어 놓는다.

문득 사위질빵 꽃내음이 소나기처럼 내려와 두텁게 적힌다면 인동초 꽃향기는 어느새 마음까지 적혀 눈먼 사랑이 되고 만다. 찔레꽃 향기는 지고 나면 무미의 향기의 개망초꽃이 들판에서 너와 나의 관계없이 가지런히 피어 있다. 하늘말나리 꽃은 온유한 바람결에 인동초꽃 향기 한참 여유롭게 피어 있다.

인동초는 겨울에도 파란 잎을 달고 있으며 겨우살이 덩굴식물이다. 조금만 관심만 있으면 쉽게 보이는 꽃이다. 산길, 밭둑 길 사람이 지나는 길에서 서식한다. 이름은 금은등, 금은화, 인동, 인동초 등으로도 불린다. 한방에서는 꽃을 따 그늘에서 말린 것을 금은화라 하여 해열, 해독, 이뇨, 종기에 쓴다. 열매는 은화자라 하며 통증을 완화시키며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민간요법으로는 인동덩굴을 달여 묽게 한 것을 차대신 마시면 위암이나 위궤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인동 술을 담그기도 하는데 인동 술은 관절염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달여 먹는 것보다는 술로 담가 먹는 것이 체내에 흡수가 빠르고 유효성분이 알코올에 우러나므로 약술을 오래 전부터 담가 왔다. 인동초는 생명력이 강인하여 겨우내 푸른 잎으로 견디어 지금은 가늘게 한 쌍으로 꽃을 피운다. 꽃보다 더 향기를 먼저 드러내는 인동초는 거센 세월만큼 그대로의 삶의 향기이다. 허례허식이 없는 우리의 인동초꽃은 밋밋하게 늙어가는 세월을 새롭게 삶의 내용을 채워준다. 또한 우리 산하는 질긴 덩굴처럼 면면히 이어왔다.

그리고 인정이 메마르고 각박해질 때 인동초 꽃향기는 서늘한 바람에 실어서 사람들 사이에서 맑게 흐르고 있다. 굽이 돌아가는 강을 볼 줄 아는 나이는 쉰 살이 아닐까. 한때 소용돌이 친 여울목에서 부딪히는 것들마다 쓸모없는 존재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여 굽이 돌아가는 아름다운 강이 되었다. 그 많은 꽃 들은 다 지나가고 하나의 꽃만 보인다. 오늘 내 앞에 핀 꽃만을 자세히 본다. 어제보다 좀 더 느리게 가는 데에는 좋아하는 꽃들을 자세하게 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먼 강물을 유심히 바라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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