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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 이야기 셋

[완도 황칠 이야기] 배철지 / 향토사학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8.23 10:16
  • 수정 2019.08.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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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는 육지가 변해서 바다가 된 이후에도 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면서 살아 왔지만 그 분포 지역은 생각보다 넓어서 그 범위는 적도부터 북위 40도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말레이시아 반도, 중앙·남아메리카 등에서 약 75종이 자생하고 있다. 식물학적인 분류는 식물계 미나리목 두릅나무과 황칠나무속 황칠나무종에 속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흔히들 황칠나무를 옻나무의 한 변종이라고 오해하고는 한다. 그 이유는 황칠나무의 칠(漆)이라는 한자어 때문이다. 

칠자(字)는 본래 ‘桼’이었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옥편 『설문(說文)』을 보면 ‘桼桼’은 옻나무 본신을 말하고, ‘桼桼’자의 형상은 상형문자로서, ‘옻나무가 물방울을 흘리는 형상’이라고 하였다. 칠(漆)자는 칠수(漆樹)에서 흘러내린 칠즙(桼汁)을 말하는 것으로, 사실상 ‘桼’자와 엄격히 구분된다. 거기에 황을 붙여 놓으니 마치 옻나무에서 나오는 칠액인데 노란빛을 띤다는 의미처럼 여겨지니 오해할 만하다. 

옻나무의 식물학적인 분류는 식물계 무환자나무목 옻나무과 옻나무속 옻나무종에 속하니 완전히 다른 수종이다. 중국에서는 칠천년 전부터 옻나무를 심고 가꾸어서 옻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나라에서는 청동기시대 이전에 제작된 것이 다호리(茶戶里) 고분의 발굴로 밝혀지게 되었으니 그 역사는 아주 길다고 할 수 있다. 그 쓰임새도 아주 많아서 갑옷 등과 같은 전쟁 무기부터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에까지 두루두루 칠했으니 옻칠이야말로 도료를 상징하는 고유명사로 쓰였다.     

그런데 나무에서 나온 수액으로 도장을 했더니 금색을 띤 특별한 물질이 출현했다. 언제부터 칠했는지 알려져 있지도 않은 이 수액은 중국에서 출현한 게 아니라 바다 건너 동쪽 나라의 산물이며, 중국에서 이름 붙인 옻칠에 견주어 황칠로 명명한 것이었다. 

황칠의 특별함이 중국에 전해진 이후로 타이완과 중국의 남부와 일본 등지에서 같은 종의 나무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각 지역에서는 사용하는 용도와 모양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다. 우선 이 나라에서는 줄기에 상처를 내면 누런 칠액이 나온다고 해서 황칠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제주에서는 담배통나무라고 했고, 북한에서는 옻나무와 같이 칠액이 나오는데 노란 칠액이 나온다고 해서 노란 옻나무라고 부른다. 타이완에서는 잎이 오리의 발을 닮았다고 해서 압각목(鴨脚木), 압각판(鴨脚板), 압장시(鴨掌柴)라고 불리며 중국의 남부에서는 닭의 발처럼 생겼는데 금빛이 나서 금계지(金鷄趾)라고 했으며 중국에서는 그 약효에 따라서 이름을 붙인 풍하리(楓荷梨), 편하풍:偏荷楓), 이하풍(梨荷楓), 반하풍(半荷楓), 이풍도(梨楓桃), 목하풍(木荷楓), 풍기수(瘋氣樹), 반변풍(半邊楓), 변하풍(邊荷楓), 수삼(樹參)등으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카쿠레미노(カクレミノ), 카라미츠데(カラミツデ), 텐구노우치와(テングノウチワ), 미츠데(ミツデ), 미츠나가이와(ミツナガシワ), 미소부타(ミソブタ), 미소부타카라미츠(ミゾブタカラミツデ), 텐구노카쿠레미노(テングノカクレミノ), 쵸우센가쿠레미노(チョウセンカクレミノ) 등으로 불린다.

그런데 한 종의 나무를 두고서 이렇게도 많은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를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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