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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를 살아도 그 자리에 깨어 있지 않으면

[완도의 자생 식물] 109. 노루오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8.11 16:47
  • 수정 2019.08.1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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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오줌 꽃은 산 밑으로 내려오는 시원한 연못가에서 핀다.

물을 좋아하는 습지 식물로 부처꽃 옆에서 피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소중한 인연으로 삼고 있다. 누가 돌보지 않아도 그들은 풀 한 포기의 믿음으로 삶을 일구어가고 있다. 하늘의 문을 활짝 열려놓고 둥근 세상을 바라보며 공평하고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노루오줌은 하늘의 소리를 부드럽게 듣는 것과 땅의 움직임에 순종하는 것으로 이들이 처해 있는 주위와 때를 탓하지 않는다. 흙과 물에서 재생의 힘을 찾고 투명한 빛에서 지친 마음을 씻고자 한다.

|이름 때문에 노루오줌꽃은 멋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아름다운 꽃이다. 물가에서 여러 잡초가 와도 같이 손 내미는 꽃. 단 하루를 살더라도 그 자리에 깨어 있지 않으면 지루한 삶이 되어 삶의 의미가 없다. 햇살 가득한 노루오줌 꽃에 햇빛의 마음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햇빛과 물 그리고 산그늘에서 노루오줌 꽃을 만나 해질 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조용한 음악 속에 야생화 같은 시를 읽는 것 같아 행복하다.

"노루오줌" 이라는 이름은 뿌리에서 나는 냄새에서 유래되었는데 식물뿌리를 비벼서 냄새를 맡으면 약간 역겨운 냄새가 노루의 배설물처럼 느껴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물기가 가득 찬 숲속에서 노루오줌은 분홍빛으로 자잘한 꽃들이 뭉쳐서 피어 색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비슷한 종으로 숙은노루오줌이 있는데 꽃차례가 옆으로 비스듬해서 꽃차례가 곧게 선 노루오줌과 쉽게 구별된다.

어지간한 가뭄에도 끄떡없으며 추위에도 강하다. 뿌리줄기를 통한 자기 복제로 포기나누기를 하는데 번식력도 뛰어나 화단이나 길가에 심는 정원 식물로 그 쓰임새가 많다. 한방에서는 뿌리 이외의 부분을 소승마, 뿌리 부분을 적승마인데 약재로 쓴다.

뿌리를 잘 말린 다음 달여서 마시는데 관절염, 근육통 해소에 효과가 있다. 풀빛에 나약한 눈물로 서로를 마음을 만지고 있기 때문에 꽃이 피게 되는 것이다. 투명한 공기는 빛이 없으면 그 존재를 알지 못한다. 비록 물질이지만 서로의 관계성은 생명이 연결돼 있는 거와 마찬가지다.

특히 자연이 부여하는 데에 공평하다. 이렇게 공평하게 주어짐 속에서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데에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나무와 꽃 그리고 빛과 공기는 서로 연결돼 있다. 나무와 사람 그리고 꽃과 마음도 더불어 살고 있다. 작은 연못에서 노루오줌 꽃을 보면서 오롯한 내 마음의 꽃이 또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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