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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닮은 그리운 사랑처럼

[완도의 자생 식물] 107. 이삭여귀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8.04 17:47
  • 수정 2019.08.0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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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정자 기왓장에 뜨겁게 데우지 못하고 열사의 매미는 가슴에서부터 울어도 피를 토해내지는 못한다. 서역 하늘 황홀하게 떠있다가 익명의 바다로 가버린 나날들 또 하루가 서럽게 이별을 하고 있다.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는 곳에서 녹두 콩알만 한 꽃을 줄줄이 달아 놓고 그늘이 있는 촉촉한 여백이 그들의 얼굴에 빗방울을 달아놓는다. 

슬픔이 있다 하여 웃어버리지 못하고 기쁨이 있다 하여 울지 못하는 치열한 인간사와 야생화 이삭여뀌라고 다를 바 없다. 

침묵이 가득한 숲속에서도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삶을 이야기하며 살아간다. 

그 속에 이삭여뀌 야생화도 그 옆에 채소밭을 가꾸는 어머니도 지워버리지 못한 슬픔의 무게를 마을을 지나 들판으로 떠나는 나그네 마음처럼 내려놓고 싶은 것이다. 물기가 촉촉한 곳에서 물봉송화 붉은 열정을 넓은 초록 잎 그리움으로 기다리고 있는 이삭여뀌 꽃. 꽃으로 보기에는 너무 간소하지만 임을 기다리는 세월이 생각하는 시간만큼 멀다.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섬세하게 달아놓았을까. 이삭여뀌는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산골짜기 냇가와 숲 가장자리에서 잘 자란다. 높이는 50~80cm이다. 잎은 타원형이거나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고 길이 7∼15cm, 나비 4∼9cm이다. 꽃이 달리는 배열 길이는 20∼40cm이고 꽃받침은 길이 2∼3mm이고 4갈래로 갈라지며 꽃잎은 없다. 약효로는 풍습을 제거하므로 사지동통에 유효하다. 지혈작용이 있어서 대변출혈, 자궁출혈, 폐결핵으로 인한 각혈, 토혈에도 약효가 있고 생리통, 산후복통, 타박상으로 인한 통증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매미소리 막바지 여름을 재촉하고 있다. 길가에 사위질빵 꽃내음이 은은하게 들려온다. 밭에는 참깨꽃이 부지런한 어머니 손 닮아 쉬지 않고 피어댄다. 산속 어느 곳에 내 마음 닮은 그리운 사랑 하나 엮어 갈 소박한 꽃 하나 피어 놓게 한 푸른 숲이 있다. 꽃잎도 없어서 숲 속 여백이 꽃이 된 이삭여뀌 꽃이 피고 지는 일이 서러워서 꽃받침만 맑은 향기가 된다. 이삭여뀌는 눈여겨보지 않고선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 꽃의 초점은 그들이 바라는 이상일 수도 있다. 아주 미미한 씨앗에서 시작된 생명은 날이 갈수록 강해진다. 그러나 오늘이란 시점에서 모두 지나간 일이 되고 만다. 

오늘 당장 내 앞에 초점은 단 하나이다. 그 초점은 이삭여뀌다. 매일 되돌릴 수 없는 경험은 나의 존재를 확실시해준다. 

세상은 변하고 사물도 사람도 변한다. 그건 과거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건 오늘 당장 만남인데 생애의 최고에서 그내 안에서 찾고 나를 위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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