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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의 감옥에 가둬버리는 요염하기 짝이없는 안개허리다![특집] 완도의 속살 / 바다안개, 삼문산과 해당화 해변
김형진 기자 | 승인 2019.07.29 14:53
외지인들에겐 신비롭기 그지 없는 완도의 바다 안개. 군외면 완도대교 앞에 낀 바다 안개 사이로 어부의 배가 안개를 깨우며 지나가고 있다.

 "무진에 명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격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 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는 입김과 같았다."

 참으로 절묘하고도 멋드러진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김승옥은 무진기행에서 안개를 여자 귀신이 내뿜는 입김이란 은유로써 표현해 냈다.

 하지만 바다안개라는 것이 바다사람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바닷일을 한다거나 더구나 이른 아침 도선을 해야할 때면 해무 주의보에 귀를 기울이며 발을 동동 구르기가 예사여서. 

 반면 뭍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신비로움 그 자체. 바다에 안개가 드리워지는 순간은 여신의 눈물이 똑하고 떨어져 그 한방울로 세상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잠들고마는 깊은 잠의 마법과 같아서. 

 그 잠 속에서 깨어나지 않는 내밀한 행간의 의미를 찾아보려 다가 서 보지만, 다가서면 설수록 한발짝 물러나고 포위망을 벗어났나 싶으면 어느 새 다시 포위망을 좁혀오는 정말이지 몽환의 점령군답게 대적불가의 지배자답다. 

 가끔 이른 아침, 외지에서 완도읍으로 들어오다보면 바다안개에 휩싸인 완도체도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여귀라했지만 그 여귀의 자태가 그리도 어여쁠 수가 없다. 가녀리게 떨고 있는
속눈썹하며 그 아래 그윽하게 담긴 눈망울. 자신의 정체성을 명쾌하게 드러내는 콧날과 대비해 어딘지 모르게 감춰졌지만 은밀하게 내뿜는 향기로운 입술하며.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모두를 담고 있는 광휘로운 가슴까지.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백미는 보는 순간, 단숨에 온몸을 칭칭 감아 몽상의 감옥에 가둬버리는 요염하기 짝이 없는 안개허리다. 거기에 가늘고 긴 열 손가락의 체온들이 얼굴을 만져오면서, 비단자락 휘날리듯 유려한 목소리까지 더해지면 부드러우면서도 예리하고 요염하면서도귀기스러운 신비한 전율이 덮치는 순간, 수천억개의 차가운 미
립자에 뜨겁게 침몰하고 마는 온전한 그리움으로.

 그 눈부셨던 꽃이 더는 피어나지 않았을 때, 그제야 그의 이름이 사라진 걸 알게되는. 그렇지만 그 향기는 어느 새 온 혈관에 퍼져 있게 되는.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태양을 그리고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기 전 너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되는.

 진정, 물도 아닌 것이 바람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연기는 더더욱 아닌 것이, 그 무엇도 아닌 게 나의 모든 게 돼 있는.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헤쳐 버릴 수가 없는 불가역적인 존재.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뚜렷하게 존재하고, 어디가 원(遠)이고 어디가 또 근(近)인지 공간의 개념을 무시한 채 환영을 환형해내는 너는 바다안개다. 
아! 

 나를 휘감고 도는 당신의 안개허리는 바다의 눈동자 위로 그물을 던져 단 한 번도 정복당하지 않았던 붉은심장마저 포획해 당신의 사랑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은밀하게 두른 입김의 유혹으로 누구든 듣는 순간, 온몸을 칭칭 감아 파멸로 이끈 세이렌처럼. 태양사령관의 령에 따라 대지를 쓰다듬고 희뿌연 연막탄을 피워 기습을 알리는 다래고둥의 소리처럼!

 당장에 습격해, 나의 모든 것을 차지해 버렸다. 나에게 축복을 내린 존재에 대해 지구를 뚫는 전우주적 야망으로 모든 문을 열어 젖히고 모든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 영혼의 안방까지 차지해 버린 당신! 

 당신이 사랑으로 만질 때 나의 문장은 어디에 숨어야하고 무엇으로 은폐할 수 있을까요! 저 무한한 공간 속, 단단하고 내밀하게 숨어 있는 깊은 영혼까지 점령해 그리움으로 질식시키는 내 영혼의 나비여! 영혼이 날고자하는 몽상의 너머마저 포획 돼, 당신의 명(命)과 영(令)만을 따라야 하는 난.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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