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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별빛이 반짝이는 경이로운 순간

[에세이-고향 생각] 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7.29 14:26
  • 수정 2019.07.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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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서 / 미국 거주, 향우, 간호사

 젖먹이를 맡기고 직장을 다니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다들 그럴거야! 아기를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늘 가슴 속에서 출렁이다가......, 무심히 누군가가 건네는 "애 엄마는 온 종일 얼라가 보고자퍼서 우짜누~" 이 한 마디에 왈콱 눈물을 쏟아내는 것이 바로 어미라는 걸.

 그래..., 나는 그랬어! 처음으로 너를 내 안에 품어 낳은 후 난 본연의 나를 완전히 버리고, 마치 너의 엄마로 다시 태어난 듯 했었지.

 네가 태어난지 겨우 두 달 정도나 되었었을까? 어린 너를 품에 안고 길을 걸으면, 너는 수정처럼 맑은 눈으로 내 얼굴 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지. 어쩌다 너랑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마나 화사하게 웃어 주던지 말이야! 나는 사랑스런 너를 쳐다 보다가 전봇대에 부딪히거나 발을 헛딛어 넘어질 뻔 한 적도 참 많았단다. 우습지? 

 네가 아기였을 때 우리는 연산 3동 마하사골에 있는 작은 개척교회에 출석하고 있었지. 교회건물이 없어 자동차 학원을 빌려서 예배를 드렸는데 이제 겨우 말을 시작하던 네가 조용한 예배시간에 자꾸만 말을 건네고 잡음을 내기도 하는거야. 조용히 너를 안고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나는 네 작은 손바닥을 찰싹찰싹 때렸었지. 너를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으로 매를 들었지만  빨갛게 부어오른 너의 손을 보니, 내 가슴은 얼마나 미어지던지 말야! 와락~ 너를 끌어안고 우린 함께 울었단다. 그리고 새끼 손가락을 걸고서 약속을 했지. 예배시간에는 절대로 말을 하거나 시끄럽게 하지 않기로 말이야. 그런데 너는 기특하게도 그 약속을 단 한 번도 잊지 않았다. 그런 너를 지켜보며 엄마는 네가 참으로 비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너는 나의 눈빛 만 보고도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영특한 아이였단다. 너가 뽈뽈 기어 다닐 때에도 나는 화장대 위에 화장품들과 볼펜까지도 다 그대로 두었을 정도였으니 말이야. 나는 늘 너를 지켜보았고, 너는 뭔가를 만지려 할 때 마다 나를 쳐다보며 나의 의견을 묻는거 같았어. 내가 "No"라고 말하면 입으로 가져 가려던 것을 멈추고 새로운 놀이를 찾았으니, 어쩌면 나는 너를 애 어른처럼 키운 것은 아니었는지!

 네가 어린이집 종일반에 다니면서 친구도 많이 생겼고 곧잘 너의 생각들을 내 곁에서 참새처럼 조잘거리곤 했었지. 동네어귀에서 해물파전과 닭발조림을 사 와서 맛있게 먹는데, 너는 닭발을 하나 높이 치켜들더니 "손가락이 몇 개 인지 세어 봐야지~" 하며, "하나, 둘, 세엣, 네엣~"  갑자기 손이라는 끔찍한 느낌이 엄습해 와 더 이상 닭발을 먹지 않은 적도 있었단다. 어느 날엔가는  파를 썰고 있는 나를 지켜 보더니, "엄마! 칼 얼굴에도 온통 파가 묻었어요!" 하며 칼을 놀려 주듯이 깔깔 웃기도 했구 말이야.

 이걸 너는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한 번은 내가 살아있는 게를 손질하다가 게의 집게 발에 손가락이 물려 꺄악~하고 비명을 질렀더니, 세 살짜리 네가 우산을 들고 내게 달려 와 "엄마! 걱정마! 내가 혼내 줄께!" 하더구나 하하.  그리고 그 때 네가 처음으로 그려 주었던 엄마의 초상화, 신기하게도 나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림 속에 그 시절에 사랑스러운 너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이는 듯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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