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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데스크로서의 퇴장을 고하면서...

[데스크 칼럼] 김형진 본보 편집국장 퇴임의 변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9.07.15 16:40
  • 수정 2019.08.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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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 본보 편집국장

다분히 고의적이었다.

3년 전 오늘, 김정호 대표와는 이미 두 번의 약속을 어겼던터라.
두 번이나 어겼으면 더 이상, 그쪽에는 관심이 없다는 이쪽의 상황을 잘 전달했으리라 생각했는데, 3번째 약속이 잡혔다. 

웬만큼 힘들어야지, 이 길이.

대강대강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대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아기를 낳는 일이 따로 없다. 한 주의 신문이 나온다는 건, 새 생명이 탄생하는 일이다. 
그래서 딱 ‘지랄 염병이다’이 절로 나오는 길이기도.

그런데도 그 길을 걷는 사람들.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김정호 대표는 그 길을 가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슈와 여론을 움직이다 보니, 당연히 지역 내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름다운 건, 본질을 지키려는 그의 신념과 진정으로 누군가의 아픔을 아파할 줄 아는 휴머니스트였다는 것. 그 보다 더욱 돋보인 건, 그것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몰락을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 

존경심은 그거였다.

지난 시간 변혁을 위해 말(언론)로는 다할 수 없는 한계를 느끼고 있던 터라. 3년 전 오늘부로 “내 삶에 더 이상, 언론은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 존경의 발로가 완도신문의 데스크에 앉게 했다.

언론에 몸을 담고부터 기자들에게 한결같았던 건 “기자의 글이란 시처럼, 수필과 소설처럼 그리고 마지막에 비평이 있다”는 것이었고, 그래도 비평을 완화하기 위해 문학과 예술, 역사와 문화, 인물 조명과 칭찬릴레이 등에 애를 썼지만, 그래도 거친 문장이 많았고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인신공격성 글도 많았을 것이리라. 

그렇다할지라도 그것이 무례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아무리 공공의 선을 지키려는 리더일지라도 살아 있는 권력이 추궁 당하지 않으면 그는 왕이거나 독재자가 되니까.

지역과 군민에게 무엇이 더 가치롭고 무엇이 더 풍요로운 지를 물어야 하는 사람, 그 답을 들을 때까지 질문하는 사람. 

누군가 흘리는 눈물을 나와 같이 여길 수 있는 기자의 사명, 그것은 군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완도신문의 사명이면서 편집국 고유의 편집권이라 볼 수 있겠다.

그것을 저 버릴 수 없었기에 그런 점에서 그들에게는 미안할 따름이다. 

지난 시간동안 많은 이들이 떠오르는데, 3년간 한결같이 깊은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늘 엄마처럼 자혜로웠던 이진 부장에겐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지난 3년간 동고동락하면서 이제 새롭게 편집국 데스크의 중임을 맞게 된 박주성 기자에게도 건투를 빕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의 아름다운 문을 여는 꽃 한송이의 준비된 침묵으로써, 저 찬란한 빛의 길을 가기 위해 현재의 어둠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면서 이만 데스크로서의 퇴장을 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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