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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과 이희호의 정신

[완도 시론] 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7.15 11:36
  • 수정 2019.07.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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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이기적입니다. 지금의 제 고민과 고인의 삶을 연결시켜보려는 시도 말입니다. 이희호 여사님의 명복을 빌며 정두언 전 의원의 칼럼(‘다시 DJ를 생각한다’)을 인용합니다. 

 “김 전 대통령의 국민화합 정치는 그가 남긴 또 하나의 커다란 유산이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정적에 대한 보복의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 국민화합을 제일의 국정지표로 제시하고 반대파들에게 관용의 자세를 취했다.” 

 문재인 정부가 보복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과거사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지적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적개심’ 이게 지나치면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고 원칙과 기준을 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장자연 사건의 조사를 통해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잘못을 밝히는 것. 많은 사람들이 요구한 조사의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적개심은 목적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그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조사결과와 여론을 끌고 가려는 시도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윤지오 사태가 딱 이걸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대한 적개심은 이들의 문제를 뒷받침하는 증언을 해 준 윤지오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습니다. 이 지지를 이끌어간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속았습니까. 아직도 윤지오의 공을 이야기하며 두둔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윤지오의 실체가 얼마나 더 까발려져야 두둔하는 언행의 경솔함을 느낄지. 지켜보는 입장에서 답답합니다.  

 검찰개혁 문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문제를 바로 알고 이를 개선하는 게 중요한데, 적개심이 앞서고 있는 게 아닌지. 이 적개심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냉철히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저는 아침에 출근할 때 라디오를 들을 수 있으면 ‘김현정의 뉴스쇼’를 듣습니다. 경쾌한 음악, 시작을 알리는 김현정 앵커의 힘찬 목소리에 오늘도 파이팅하자 다짐하곤 합니다. 그런데, 과거사 조사결과를 비판하는 시민들로부터 ‘적폐’로 취급당하고 있는 검사 중에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는 사람도 있습니다. 검찰이 모두 적폐 아닙니다. ‘뉴스쇼, 뉴스공장’ 듣는 사람 많고 ‘뉴스룸’ 보는 사람 많습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연수원 동기를 만나 저녁을 먹었습니다. 연수원에 다닐 때는 세상에 대한 고민을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제가 세상 고민을 하지 않고 살던 때입니다. 어제 동기로부터 들은 얘기 중 공감이 되는 말이 있습니다. “한을 품고 있는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한이나 적개심을 품은 사람은 정치는 물론 나랏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 한을 풀어줘야 할 사람이 스스로 한이나 적개심을 품고 있으면 일을 그르칠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정치의 매력은 통합이라고들 합니다. 문패에 함께 이름을 새긴 두 분은 같은 생각을 하고 이를 실천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남편이 평생 추구해온 화해와 용서의 정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이것이 남편의 유지입니다.“

 과거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화해와 용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조선일보 사주 일가를 두둔할 생각 조금도 없습니다. 짧은 글에 부족한 생각을 담다보니 오해하는 분이 계실 것 같아 말미에 분명히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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