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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서 노니는 황홀한 유월 바다의 맛!

임금님의 보양식 민어(民漁)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9.07.12 13:58
  • 수정 2019.07.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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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내게로 다가올 때면 나는 6월의 모든 순간을 떠올린다. 
푸른바다 위로 쏟아지는 싱싱한 햇살, 바람이 전해주는 싱그러운 바다의 향긋한 내음, 별 밝고 구름 한 점 없이 완벽한 밤하늘과 닮은 너의 눈망울. 
세상 누구에게도 내어 줄 수 없을 것만 같은 넌, 나의 6월.
탱글탱글 쫄깃쫄깃. 한 입 넣은 순간에완도의 바다가 입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이 맛!  입안에서 노니는 황홀한 유월 바다의 맛!

민어다. 예부터 여름철 삼복더위 보양식으로 가장 으뜸에는 민어탕, 버금에 삼계탕 그 뒤를 이어 보신탕이었다. 

임금님 보양식으로 전해오고 있다는 민어. 
민어가 가장 맛있다는 여름철, 그래서 6월이면 떠오르는 민어다.
민어는 집 된장에 참기름과 고추, 마늘, 통깨를 버물려 만든 소스에다가 뒤집은 깻잎에 껍질째 두껍게 썰어낸 속살을 싸 먹어야 제 맛이다. 민어회를 먹을 때, 다른 회와는 달리 초장과 고추냉이가 아닌 된장을 쓰는 이유는 자신의 향을 더 드러내는 다른 소스와는 달리 된장이 민어를 만나면 자신의 향을 숨기고 민어회의 풍미와 향을 더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지금이야 비싼 값이지만, 옛날엔 민어(民漁)라는 이름에 걸맞게 민초인 백성들이 즐겨 찾는 생선으로 된장과 참기름 고추를 소스로 하는 민어는 한민족에겐 가장 한민족 다운 바다 입맛이다.

민어회도 별미지만 도툼한 속살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민어전은 또 어떻고? 
민어는 수컷이 더 비싸다. 암컷은 알로 영양소를 빼앗기기 때문에 살이 푸석거리지만 수컷은 육질이 찰지고 단단하며 고소하다. 지느러미와 가시를 빼곤 다 먹는다. 부위별로 알고 먹으면 한 번 먹고 백가지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민어의 백미는 배진대기라고 부르는 뱃살로 껍질과 지방, 육질로 이뤄진 삼겹살인데 단단하고 기름질 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에 비해 묵직하고 깊은 맛이 난다.
남도 사람들의 별미 중, 여름에는 '민어의 부레'고 '겨울에는 홍어의 '애'라고 할만큼 단백질 덩어리인 민어의 부레는 최고의 식감. 
민어가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내는 '부~욱 부~욱' 소리가 나는 것는 부레의 팽창으로 인한 것이다. 마치 풍선껌 두어개를 한꺼번에 씹고 있는 듯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이 이색적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민어를 면어로 기술하고 있는데 "민어는 맛이 담담하고 날것이나 익힌 것이나 모두 좋고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고. 부레로는 아교를 만든다. 젓갈이나 어포가 모두 맛이 있다"고 기록해 놨다. 

보길도 조광근씨와 그의 아내인 박일심 씨는 요즘 민어 잡이에 한창이다.(사진)
조 씨 부부는 부부지간에 함께 바다에 나가 민어 잡이에 나서고 있는데, 보길도 주변과 노화 멍섬 주변, 그리고 주골도에서 주로 민어를 잡고 있다고.

조광근 씨는 "민어는 동해안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여름철이 되면 산란기가 되어 완도 앞바다와 서해안으로 몰려와서 최대의 집산지를 이룬다."고 전했다.

그러며 "민어는 참치처럼 부위별로 각기 다른 맛을 내고 있으며 횟감은 깍두기나 떡처럼 두툼하게 크게 썰어서 먹는 것이 특징이다." 고.

또 완도의 민어는 작은 배를 타고 연안 어장에 직접 나가 당일 잡은 고기이기 때문에 중국산 민어와 신선도 면에서는 비교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자신들은 예나 지금이나 이 바다만 보고 산다고 했다. 바다는 이들 부부를 살게끔 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삶은 철저히 바다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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