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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바람의 길을 만지고[완도의 자생 식물] 100. 산가막살이
신복남 기자 | 승인 2019.06.10 08:32

어느 산길에서 너를 만났는지도 모르나 여기까지 왔느냐. 세월이 더 가서 만났어도 너는 아직 나의 운명이었을 것인데 너무도 사랑할 것이 많아 과거에도 미래에도 만나는 것이 많아지는 구나. 산가막살나무꽃이 필 때 들에는 노랑 씀바귀 꽃과 노랑 뽀리뱅이 꽃이 한참 손을 잡고 있다.

산에는 땅비살이꽃과 꿀풀이 얼굴을 맞대고 있다. 산가막살나무 꽃과 병꽃나무 꽃이 산길에서 마음을 다해 피어있다. 5월에 논밭에서나 산에서나 봄에 피는 꽃들이 마지막 힘을 다해 피어 있다. 산가막살나무는 약간 높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하얗게 넓적한 얼굴을 내민다. 그리 크지 않은 나무에서 꽃은 5월 중순이다. 열매는 초록색의 넓적한 모양에서 9~10월에 둥글고 붉게 익는다.

가막살나무와 다르게 잎맥이 손바닥 모양이고 소지에 털이 거의 없다. 남도에서는 그리 높지 않은 산에서 피어 있고 낙엽활엽관목이다. 추위에도 강하며 양지와 음지에 모두 잘 자라지만 공해에는 다소 적응하지 못한다. 작은 폭포 곁에 산가막살나무 꽃이 피어 산과 물을 만나는 곳에 눈에 자주 띈다.

먼 산에서 넘어오는 햇빛이 연초록 잎사귀에 투과하면 눈이 부시게 숲속에서도 환해진다. 그 속에서 산가막살나무 꽃이 산뜻한 바람의 길을 만지고 있다. 밭을 매는 아줌마의 속사정도, 논을 가는 농부의 시름도 산가막살나무 꽃이 피고 빨간 열매를 맺는 순간 다 변한다. 은밀하게 두었던 세월도 물이 흐르는 길을 막지 못한다. 하얗게 좁쌀 모양이 모여 한 송이가 되었고 그 꽃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미 열매의 씨방이 자라고 있다.

인간사 세월도, 세상의 인심도 그렇게 흘러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일에도, 탐스럽게 열매를 맺는 일에는 갈 길은 하나이다. 산에 꽃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에는 마음을 온전히 지키기 위함이다.

가막살이 꽃은 아주 작은 꽃들이 모여 조밀하게 피었다. 순간순간 관심 있게 보지 않고선 지나치기 쉽다. 산에 꽃들과 가깝게 있으면 정이 깊다. 또한 멀리 산마루를 보면 마음이 하나인 듯 나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산은 마음의 흐름이다. 조금 있으면 여름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특히 산 속에 피는 꽃들은 자기 색깔을 확연하게 드러낸다. 그 중에 나리꽃이 그렇다.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받들고 핀다. 꽃잎도 두텁다. 습한 기온과 벌레들에게 견뎌내기 위함이다. 자기 생존의 법칙은 이기적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한 싸움이 있다는 것. 하얀 가막살리 꽃이 붉게 익는다는 것은 단 하나의 아름다운 마음일 것이다.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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