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우리는 운 좋게도 도서관으로 들어선다

[에세이-작은도서관 편지] 이선화 / 넙도행복작은도서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6.10 00:31
  • 수정 2019.06.10 00:4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선화 / 넙도행복작은도서관

넙도 행복 작은 도서관. 전복양식을 하며 바다일 육지일. 일만 할 줄 알았던 춘화언니는 알고 보니 역사소설 읽기가 취미이다. 김진명의 고구려를 6권까지 다 읽고,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오래된 책이어서 책 겉장이 훼손되어 잘 알아 볼 수 없는 책이 있다고 한다.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라 하여 인터넷을 검색하여보니 정비석의 초한지 일편 만리장성이다.

한권을 구입하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고, 도서구입을 신청하였다. 뱃머리에서 택배로 책을 받고 춘화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 책이 왔어요.” “그래. 쬐금만 있다가 갈게.” 하더니 잠시 후 얼굴이 환해져서 도서관 문을 연다. “어떻게 찾았데, 이 책 맞네. 맞아. 한숨 자고 나면 잠이 안 와 눈이 침침해도 재밌어서 읽고 또 읽지. 다른 책은 취미가 없고 소설 초한지를 40대 때 읽고 1권만 읽고 못 읽었는디, 오지다 오져“하며 소녀처럼 기뻐한다. 보물이나 된 듯이 두 손으로 끌어안고 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마을 중심부에 있는 작은 도서관은 오다가다 잠시 들려서 수다도 떨고 바닥에 ”널브러져“ 느긋하게 책을 읽기도 하고 차도 마시며 놀다가는 공간이다. 도서관은 공휴일과 명절 토요일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이용자들이 평일 오전보다 오후에 더 많고, 공휴일에 더 많기 때문이다.

시댁 어르신들을 찾아온 새댁과 아이들. 친정집에 미국에서 온 딸과 아이들, 이미 육지에서 도서관과 친숙한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잘 노는 법을 알고 있고, 넙도 토박이 아이들은 두세 시간씩 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기가 질려 밖에서 공을 찬다.

2019년 넙도 행복 작은 도서관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으로는 명사 초청 강연으로 용창선 문학박사가 윤선도와 보길도 풍류라는 제목으로 넙도 청년회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오우가와 어부사시사를 감상하며 문학의 가치와 고전문학의 가치에 관하여 강연하였고, 용창선박사의 신춘문예당선작과 넙도 출신 작가답게 넙도를 주제로 한 시조 시 감상을 하며 마무리하였다.

또한 일반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시작법과 일상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 설명과 묘사, 시낭송까지 총 5차시를 진행하였다. 넙도에서는 처음 있는 문학 강연이었는데, 주민들 사십여명이 두 시간에 걸친 시조 시와 윤선도에 관한 수업을 끝날 때까지 한 분도 빠짐없이 듣고 배우는 모습을 보니 이분들의 마음속에 문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라는 생각이 들고 이번 강연으로 주민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4월부터는 성균관 다례원 원장님과 다도문화교실을 일반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앞니 쏙 빠진 일학년 정희가 “어 진짜 스님이세요? 스님은 처음 봐요”해서 한참을 웃다. 차를 달이면서 차분해지는 생각들. 공수를 하며 공손해지는 마음들. 떡과 차를 나누며 진행되는 소소한 일상이야기들이 정겹게 문밖으로 흘러 나가면 지나가는 할마이들, 아즘들이 여기 재미진 일 있냐며 들어오고 또 그렇게 이야기는 이어진다.

이곳 넙도 행복 작은 도서관에서 크고 작은 소통들이 오늘도 문화가 되어 스며들고 있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