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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랏빛 꽃잎으로 그대 잠든 하늘가에서

[완도의 자생 식물] 98. 으름꽃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6.09 17:06
  • 수정 2019.06.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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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으로 핀다. 찔레꽃은 찔레꽃으로 핀다. 으름 꽃은 으름 꽃으로 핀다. 메꽃에서 으름 꽃이 없나니 마음 착하다고 같은 꽃은 없느니라. 가난한 마음에 피는 선한 꽃도 강물로 가는 길이 다르고 꽃피는 눈물색도 바람 따라 서로 다른 향기를 지녔어라. 연보랏빛 꽃잎으로 그대 잠든 하늘가에서 마음을 다해 꽃이 되었다.

사랑이여 가까이 오지 말라 멀리서 아득하게 마음의 향기만 내어 줘라. 차마 빈손으로 오는 그리움도 삶은 선하게 서독 되나니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사랑 없어도 가장 맑은 사랑이 옆에 있다. 별이 지도록 으름 꽃도 슬픈 기도가 아직 끝나지 않았나니 모든 삶도 숲 속 나무에서 기대에 깊은 상처도 해독되는 사랑이 있느니라. 모든 바람에 길이 있고 그 길에서 삶의 뿌리를 내려 억센 세파에도 푸른 눈물을 가진 으름덩굴 인생사가 있다.

덩굴은 높게 올라가 으름 꽃 세상 눈물을 밝힐 등대가 있다. 으름 꽃은 암수한그루로서 4∼5월에 자줏빛을 띤 갈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 꽃이 달린다. 꽃잎은 없고 3개의 꽃받침조각이 꽃잎처럼 피었다. 수꽃은 암꽃보다 작게 피어 6개의 수술과 암꽃의 흔적만 있으며 암꽃은 크고 3∼6개의 심피가 있다. 열매는 장과(漿果)로서 긴 타원형이고 10월에 자줏빛을 띤 갈색으로 익는다. 열매가 벌어지기 전에 따먹는다.

열매가 달걀모양으로 맺혀 가을에 벌어져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열매가 익기 전에는 남성의 모습이고 다 익어 갈라지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어 남녀교합의 뜻하는 얼움이라고 부르다가 세월이 지나 으름으로 불렸다. 또한 조선에 나는 바나나라 하여 조선바나나고 부른다. 지금은 관상용으로 심으며 열매를 먹기도 하고 덩굴은 바구니를 만든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뿌리와 줄기가 소염, 이뇨, 통경 작용에 효능이 있으므로 약재로 쓴다.

어떤 삶에도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다. 각자의 삶에는 이런 우여곡절 속에서 열매가 알차게 맺는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
어려운 삶을 안으로 수렴이 될 때 그 삶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진다. 나무에 기대어 올라가는 으름덩굴도 그 나름대로 어려움 있었을 것이다.

야생화 으름 꽃 제 인생의 짐을 지고 하늘로 묵묵히 올라가 꽃을 피우고 꽃잎도 없이 꽃받침이 꽃잎으로 여기고 자족하며 산다. 세상살이 어렵다고 세상에 떠나지 않고 사람들 곁에서 억세게 몸을 감아 높은 곳에서 눈물 나게 향기를 품고 있는 으름 꽃. 얇게 드리워진 햇빛을 자기의 얼굴로 삼는 으름 꽃 꽃받침은 걱정 많은 세상을 보며 불완전한 삶을 모질게 선한 싸움으로 채워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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