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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어른이 동심을 그러워 지은 이름

[완도의 자생 식물] 97. 애기똥풀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6.09 10:32
  • 수정 2019.06.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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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서도 개망초 피어 있으면 쓸쓸한 사람이다. 쓸쓸한 사람이 노란 애기똥풀 머리에 이고 걸어갈 들길이 있다. 쓸쓸한 들길에서는 아직 이름을 달아줄 풀꽃들이 있다. 초록색 낮은음으로 들려오는 밤나무 꽃향기는 너무도 오래된 삶의 이야기가 있다. 머나먼 들길에서 애기똥풀 피는 곳까지 오는 데에는 높은음자리표가 있다. 어느 곳에서도 쓸쓸한 사람 옆에서는 쓸쓸하게 핀 들꽃들이 있다. 쓸쓸한 삶이 여울목에 이를 때 마음을 열고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가 있다. 쓸쓸함과 기쁨이 들판 가운데 피어날 때 손수건만 한 생을 금빛 노을에 풀어 노래하고 싶어진다. 정작 아이들은 애기똥풀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어른이 어린이들의 동심을 그리워하며 지은 이름일 것이다. 산의 말, 들의 말 그 속에 세상살이 이름이 지어져 있다.

애기똥풀도 그런 삶의 이야기다. 솔잎 소리에 그늘이 있고 애기똥풀 곁에 동심이 있다는 걸 모른 채 흘려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애기똥풀은 키는 50㎝ 정도이며 줄기나 가지에 상처를 내면 노란색의 즙(汁)이 나온다. 잎은 어긋나지만 날개깃처럼 갈라져 있다.

노란색의 꽃은 5~8월에 가지 끝에서 꽃을 피운다. 꽃잎은 4장이지만 꽃받침 잎은 2장이며 수술은 많고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콩꼬투리처럼 익는다. 습기 있고 양지바른 길가나 밭 가에서 흔히 자라며,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노란색의 즙이 애기똥과 비슷하다고 하여 애기똥풀이라고 부른다. 풀더미 속에 작은 생이라도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하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야생화의 비밀을 더 알고 싶어진다. 애기똥풀의 씨앗이 떨어지면 개미들이 좋아하는 부분만 먹고 씨방은 건드리지 않아 다시 생명을 이어 갈 수 있다고 한다.

길을 걷다가 가끔 발견된 애기똥풀은 땅에서도 별 같은 그리운 꽃이 있구나 생각한다. 매일 풀빛 같은 꿈을 갖고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걸어갈 들판은 노란 애기똥풀 같은 동심을 불러일으킬 노래가 있다. 이른 봄에 꽃다지 꽃을 가슴에 품고 온 소녀는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훨쩍 커버린 애기똥풀을 머리에 이고 있다.

들길마다 개망초 피어있는 쓸쓸한 사람들은 노란 애기똥풀 보고 동심으로 돌아갈 들길이 있다. 너무 많이 핀 개망초꽃 보이지 않는다. 쓸쓸한 들길로 다시 나가 애기똥풀 꽃을 머리에 꽂는 소녀가 되자. 푸른 5월 하늘은 들꽃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다. 이제부터 온갖 사물들은 하나로 몽쳐간다. 부드럽게 손을 잡고 있다. 가장 낮과 가장 천하게 보이는 들꽃들이 가장 아름답게 여겨지는 데에는 아주 겸손하고 부드럽다. 5월 애기똥풀도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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