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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별빛 한 줄을 잡아타고 5월의 밤하늘로

[에세이] 김지민 / 수필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6.09 09:36
  • 수정 2019.06.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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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한밤 앞에서 한 자 한 자의 마음을 적는다.
그것이 기나 긴 영원이 될 것처럼...
이메일이라든지 삭막하게 던져지는 문자메세지에서 벗어난 최고의 선물뭉치라고 해야 겠다.
펜으로 꾹꾹 눌러쓰고 몇 번이고 지우고 쓰다를 반복하다 완성하는 나만의 무늬가 있는 손글씨.
어떤 행복한 순간의 그림을 상상하듯 정성스러웠고 언어의 끌림에 또 다른 언어를 매만지듯 조심스러운 순간.
또 아끼지 않고 섬세한 떨림을 새겨넣어 본다.
사라진 빨간 우체통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거면 되었다.
그거면.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하루로 되돌아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어떤 날의 숨막힘을 읽어내듯  심장이 기억하고 알아채는 거죠.
보여지는 건 깊어지지 않잖아요!
쏟아내는 소리와 그런게 다른 거죠. 이거면 답이 되겠죠.
문장이 시를 데려오고 시가 말을 걸어왔어요.
전파사 옆 새로 생긴 제과점에서 처음 미팅을 했던 날.
바로 그날의 심장이 내게로 왔어요.
쿵!쿵!쿵!
거인의 발소리로 다가오던 떨림이 아직도 실핏줄 위에서 메뚜기처럼 뛰어 다니고 있어요.
문장은 별빛 한 줄을 잡아타고 5월의 밤하늘로 떠나죠.
여행은 긴 여운에 쉼표를 찍고 형체없는 심장을 향해 날기 시작했구요.
그게, 어느 봄 달의 은향이 낳아놓은 하얀 밤이었어요.
마음이 예기치 않은 언어를 만나 달아날까 두려워 냅킨을 펼쳤지요.
그 순간을 새겨보는 일상적이지 않은 행동에 신기해하고 즐거워지는 일이 태어나 느낀적 없는 새로운 감정이라도 된 듯 거대한 파도를 끌어 당기는 다섯손가락의 발음들이 푸른 밤하늘에 빼곡하게 채워졌어요.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반칙이 아니라서 그저 몰래몰래 일기장을 훔쳐보듯 감출 수도 있는 거라서, 굳이 언어로 들먹이지 않아도 알아채지는 감정일테니 그건 언어가 아니어도 자연스레 끄덕여지는 충분한 행복일테니, 어중간한 감정의 끝자락을 이제 막 시작되는 소설처럼 어쩌면 두근거려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어느 날의 서글픔이 전부가 아니었던 것처럼 그 어느 날의 사라진 여운은 오늘이 주는 또 다른 언어의 반란인 것처럼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공평한 계절이 오월의 밤하늘에 흐르고 있네요.

김지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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