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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차

[완도차밭, 은선동의 茶 文化 산책(60)]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5.19 14:42
  • 수정 2019.05.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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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24절기 가운데 4월 20일이 곡우이다. 이 곡우날을 기준으로 그 전에 만들어진 차를 곡우전차, 즉 우전이라 하고, 그 후에 만들어진 차를 우후차라 한다. 일반적으로 우후차라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10일에서 15일 단위로 세작(가늘세, 참새작), 중작, 대작이라 칭한다. 그런데 올해는 4월 5일 청명 이전에 차를 따고 만든 곳이 있어서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이 차를 청명 전에 만들었다하여 ‘명전’이라 한다. 20여년만에 처음이라고 하니 귀한 차이다.

우리 완도차밭 청해진다원에서도 만들법 했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말미암아 놓치고 말았다. 안타깝다. 그러나 이렇게 시기를 기준으로 구분하게 되면 지역에 따라 문제가 있다. 보성, 하동 등 차의 주요 생산지역인 남해안 일대를 제외한 그 위쪽 지역들의 경우엔 햇 찻잎인데도 4월말이나 5월이 되어서야 채다하고 제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차인들에겐 오래 기다리고 기다리던 햇차라 얼마나 설레이며 기대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그래서 첫물차, 두물차 등으로 부르기도 하였고, 더 나아가 지금은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 시대적 흐름이다. 이 곳 완도차밭 청해진다원에서 생산되는 차를 녹차 혹은 우전차라 하지 않고 ‘청심향’이라 하고, 발효차를 ‘여래향’이라고 하듯이, 이제는 거의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첫물인 햇차에서는 참으로 묘하게도 다른 차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맛과 향이 있다. 이를 진향, 진미라고 한다. 유향이 돌기도 하고, 그 은은하고 고요하며 지극히 정제되어 있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감칠맛과 향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미세하지만 아주 상쾌하고 기분 좋은 쌉쌀함과 쓴맛도 깊이 감추고 있어, 잔향으로 오래도록 입안 가득 감로수를 머금고 있는 듯 머물기도 한다. 차를 사랑하고 마시는 분들이라면 바로 이런 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차를 쉽게 만나기 어렵다. 차를 만들고 있는 필자 역시 아직도 공력이 부족하여 이런 차를 쉽게 늘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차를 만들 때면 무념무상의 선정에 깊이 공을 들이고, 그 마음으로 찻잎을 대하며 솥 앞에 선다.

그리고 불과 상생의 지극한 조화로움에 몰입한다. 그러나 진정 진미와 진향을 모두 갊아 안은 그 차를 만들기가 참으로 어렵다. 올해도 어려울 것 같다. 이미 몸의 균형과 조화로움을 잃어 조절되지 않아서 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직 최선을 다하는 일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지금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며 따를 것이다. 차 한 잔에 온 정성을 담아서!

나아가 순수한 우리의 전통차가 세계적인 명차 반열에 오르려면 생산자의 지극한 공력과 헌신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와 자치단체의 전통 차문화와 그 정신세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함께 체계적인 정책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차를 마시는 차인들의 차문화 발전을 향한 헌신적인 노력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하는 큰 과제가 해결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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