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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처럼 내 마음은 광합성이 필요해

[완도의 자생 식물] 93. 애기수영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5.19 12:47
  • 수정 2019.05.1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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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맣게 타버린 논두렁에 파란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다. 삐비꽃 새싹과민들레, 애기수영이 지나가는 불길에서도 용감하게 살아남는다. 대신에 다른 풀들이 없어 자유스럽기는 하겠다. 옛날 같으면 논두렁에 이른 봄에 병충해를 없애기 위해서 불을 많이 질렀다. 마른 대막가지에 불을 붙여 논두렁마다 재미 삼아 불을 질리고 다닌 적이 생생하다.

그때 애기수영이 뜨거워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보리가 바람에 한참 파도를 탈 때 애기수영은 부드러운 꽃대를 올린다. 학교에 갔다 돌아올 땐 마음에 여유가 있어 이것저것 많이 보고 다녔는데 그때 길가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은 애기수영이다.

어린 우리들 사이에선 흔히 부르는 이름은 시금치라고 했다. 부드러운 꽃대를 껍질을 볏겨 내어 입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입안은 온통 신맛으로 가득 차 참지 못하고 "쉬쉬..."라고 했다. 유럽이 원산으로 길가나 빈터에서 자란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벋으면서 번식한다. 줄기는 곧게 서며 높이가 20∼50cm이고 털 모양의 돌기가 있으며 모가 난 세로줄이 있고 자줏빛이 돌며 잎과 더불어 신맛이 난다. 한방에서는 잎과 줄기를 소산모(小酸模)라는 약재로 쓰는데 항암 효과가 있으며 폐결핵으로 인한 각혈에 지혈 효과가 있다. 수영과 비슷하지만 작기 때문에 애기수영이라 한다.

야생화 중에 애기란 말이 여럿이 있다. 애기나리, 애기똥풀, 애기풀 등이다. 다들 귀엽게 피었지만 애기수영은 잔뿌리가 많아 생명력이 강하다. 겨울도 잎사귀를 땅바닥에 낮게 깔리면서 추위를 견뎌내면서 붉은색을 띤다. 까맣게 타는 논두렁에서 노란 민들레도 봄의 기운에 꽃을 피우게 된다.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봄기운이 만화방창이다. 봄은 다시 오지만 생의 계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옛 노랫말이 “노새 노새 젊어서 놀아 늙어 지면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있다. 봄은 분명 다시 온다. 그러나 봄을 맞는 마음의 상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사물을 보는 데에는 눈으로 보지만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진정 마음의 눈을 켜야 보이는 것들이 많다. 지난날 그냥 지나쳤던 야생화가 그렇다.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다니 묵은 세월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하고.

잎에서만 광합성을 하는 것이 아니다. 꽃받침과 꽃잎도 다소 광합성을 한다고 한다.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마음도 광합성을 한다. 모든 영양분 흡수가 오장육부가 담당한다. 그러나 마음이 잠자고 있으면 그는 죽은 막대기에 불과하다. 까맣게 타는 논두렁에 애기수영의 새순을 보면 내 마음도 봄볕에 광합성을 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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