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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산에 조그마한 물만 있으면[완도의 자생 식물] 92. 솜나물
신복남 기자 | 승인 2019.05.07 21:10

작은 산에 조그마한 물만 있으면 꽃이 된 사람이 있다. 가파른 산언덕에 가느다란 햇빛과 잠깐 머무는 바람에 꽃향기가 되는 사람이 있다.

작은 물기에 소리 없는 봄비에도 풀잎에 눈물이 흠뻑 적혀 있는 그리운 사람이 있다. 봄꽃 중에 귀엽고 앙증스럽게 햇볕이 잘 드는 산길에서 납작한 잎 사이로 길게 꽃대를 올리며 약간 다홍색을 띠며 핀다. 봄 산길에서 명랑하게 길을 안내하는 솜나물 꽃은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이는 꽃이다.

잎에 솜털이 많아서 바람을 만질 수 있고 햇볕을 가슴 안팎에 차곡차곡 쌓여놓는다. 솜나물이 세상에 닿길 간절히 바란다. 그만큼 우리들과 가깝게 있기를 원한다. 이른 아침에 산빛을 쑥 뽑아 올린 꿩 소리만큼 속 시원하게 아침이 열린다. 허리 굽혀 제비꽃 보고 있으면 그 옆에 솜나물 꽃도 그리운 사랑 한 모금 푸른 하늘에 넣어두고 싶은 모양이다. 국화과의 다년생 풀인 솜나물은 이름 그대로 잎 뒤에 솜과 같이 하얀 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솜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인 것 같다.

옛날 솜이 귀하던 시절에는 잎을 말려 부싯깃으로 썼다고 하여 ‘부싯깃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쑥이나 수리취처럼 잎에 솜털 성분을 많이 가진 풀들은 대개 떡을 해 먹었단다. 솜나물과 함께 떡쑥, 솜방망이, 솜다리 등은 떡을 해먹으면 쫄깃한 맛을 난다.

이 야생화의 특징은 봄에 0~20cm의 나지막한 키로 자라 꽃을 피워줘다가 8~9월 한여름 지나 피는 꽃은 50~60cm의 높은 키로 꽃대를 길게 뽑아 올려서 꽃잎은 벌리지 않는 폐쇄화로 피어 열매가 익으면 민들레처럼 홀씨를 퍼뜨려 번식한다. 한방에서는 대정초(大丁草)라 하여 물에 달여 먹거나 술을 담가 먹으면 습기를 없애고 해독, 마비 증상에 약재로 쓰기도 한다.

아직도 산길에서 솜나물과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한다. 그 첫 만남이 봄 햇빛으로 찾아와 자유롭게 앉아 마음속에선 어느 땐들 피어 있는 솜나물의 언덕이 되었다. 그 언덕에 여름 지나 가을이 와서 가볍게 하늘을 움직이게 하는 꽃이 되었으리라.

봄에는 아주 작은 그리운 꽃이 가을이면 더 그립다 못 해 꽃망울이 시퍼런 하늘이 되었다. 상처는 꽃잎을 본다. 외로움이 길어진다. 바람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하루가 짧다. 봄은 새초롬하다가 간 데 없다. 하얀 옷에 봄바람이 분다. 저녁나절에 그 이름을 까맣게 잊는다. 그래도 마음은 남는다. 오늘 아무리 촘촘하게 산들 내일의 뒷모습을 남기지 않는다. 봄여름 가을꽃이 피고 진들 뒷모습은 단 하나의 순간만 남기를 바랄 뿐이다.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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