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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법, 하늘의 그물

[완도 시론] 정택진 / 소설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5.07 20:54
  • 수정 2019.05.0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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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진 / 소설가

세상에는 선과 악이,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혼재한다. 어떤 대상도 절대적 선일 수도 또 절대적 악일 수도, 전적으로 좋을 수도 또 나쁠 수는 없다. 선한 대상에도, 아주 적기는 하겠지만 악한 요소가 티로 섞이고, 악한 대상에도, 아주 적기는 하겠지만 선의 요소는 무늬로 새겨져 있다. 좋은 것과 나쁜 것도 역시 그럴 것이다. 다 좋은 것이 어디 있고 다 나쁜 것이 어디 있겠으며, 다 선한 것이 어디 있고, 또 다 악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티가 없으면 진짜 옥이 아니듯 그것들은 서로 섞이어 어떤 존재를 이룰 것이다.

악은 사람이 하는 짓거리니 그것을 경계하고 징벌하기 위해 법은 생겨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 법이라는 것도 인간이 만든 것이고, 그것이 향한 곳이 또 인간이니 그것은 곧 인간이 만든 인간을 향한 그물이다. 숭어를 잡을 때도 보면 그물을 튕겨나가는 놈이 있으니, 인간이 만든 법을 빠져나가는 인간 역시 있을 수밖에 없으리라.

우리는 법을 빠져나가는 인간을 ‘법꾸라지’라 부른다. 미꾸라지는 선도 악도 아니지만 사람들이 맨맛한 미꾸라지를 거기다 끌어다 붙인 셈이다. 수십 년을 그렇게 살다 감옥에 간 김○○이나, 광주에서 수백의 시민을 학살하고도 전재산 29만원으로 아방국에서 수십 년을 떵떵거리며 사는 전○○이 그런 부류에 속하리라. 촘촘한 듯 하지만 세상의 법은 어딘가에 개구멍이 있다. 아니 법의 그물은 멀쩡하게 말들어졌는데 법꾸라지들이 그물에 개구멍을 뚫은 것이리라.

개구멍과 그 개구멍을 제멋대로 들락대는 개는 얼마나 우리를 절망케 하던가. 나는 법을 지키느라 꼴깍대는데 왜 저 인간은 법을 안 지켜도 잘만 사는가. 나는 법이 무서워 손가락 까딱 못하는데 왜 저 인간은 법을 비웃으며 개구멍으로 잘만 빠져나가는가. 저 29만원은 저 4대강은, 그리고 저 김머시기는 다들 그렇게 살지 않았는가. 도대체 이런 게 무슨 세상인가. 돈 있고 힘 있는 놈은 왜 법꾸라지가 되어도 잡지 못하는가. 법 안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이자 절망일 것이다.

‘하늘의 그물은 성글지만 그러나 빠뜨리는 게 없다’고 한다. 그러면 세상의 법은 촘촘하지만 빠뜨리는 게 있다는 말일 것이다. 노자가 하늘의 그물을 들먹신 것은 착하게 사는 사람들의 절망을 위로하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그물을 빠져나가는 자 있을지라도 하늘의 그물에 걸릴 것이니 너무 상심하지 말라는 의도였는지도. 저깟 놈이 땅의 법이야 빠져나가지 어떻게 하늘의 그물을 빠져나갈 것이냐. 제 아무리 세상의 법을 빠져나갔을지라도 하늘의 그물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으니 걱정 말고 착하게 살라는 말인지도.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세상의 법에 안 걸리면 분명히 하늘의 그물에 걸릴 것이라고 위로하며 나를 다독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세상의 법과 하늘의 그물은 사실은 같은 것이었다. 하늘의 그물이 땅의 법이었고 땅의 법이 곧 하늘의 그물이었다. 개구멍을 들락대다가는 언젠가는 걸린다는 걸 나는 알았다. 그래서 그런 법꾸라지들을 보면서도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나는 알았다. 법꾸라지들이 언제까지 개구멍을 들락댈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세상의 법이나 하늘의 법은 참으로 공정하다는 것을 나는 최근에 보았다. 그래서 세상의 법을 잘 지키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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