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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한다가 아니라 빠지다 였다

[문학의 향기] 김지민 / 수필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5.07 20:50
  • 수정 2019.05.0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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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 수필가

근본에 관한 노래  / 파블로 네루다

​난 창백한 얼굴로
양장점과 영화관에 들어가곤 한다
그 섞이지 못함이
자신이 태어나고 또 죽을
물 위를 떠다니는
백조 펠트 인형과도 같다
이발사들의 냄새는
날 눈물짓고 울부짖게 한다
인간으로 사는 것에 지친다

우리동네 작은 영화관에서 본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네루다의 일포스티노.
네루다의 시에서 '인간으로 사는 것에 지친다' 는 한구절에 공감하고 자신도 그렇다 말하는 마리오. 시란 무엇인지를 묻는 마리오에게 '시는 설명을 하는 순간 진부해진다.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의 경험뿐' 이라고 말하는 네루다.

마리오의 내면을 건드려 주었던 네루다가 마리오에게 있었다면 내 감성을 자극해 줄 수 있는 건  누가, 아니면 무엇이 있어야 할까를 생각하며 '칼라 디 소토' 섬을 또 다시 한바퀴 거닐다 지금 여기로 순간이동한 느낌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사람 개개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천성이 건드려 진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음을 알게 해 준 영화.

일포스티노는 나도 모르는 순간에 시나리오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갈만큼 서정적인 풍경과 소리, 시를 마법처럼 써내려간다. 섬을 떠난 시인을 그리워하다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칼라 디 소토 섬을 기억할수 있게 녹음해서 보내고자 했던 작은파도소리, 큰 파도소리, 절벽의 바람소리,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소리, 아버지가 바다에서 그물을 거두어들이는 서글픈 소리, 성모의 고통과 신부님이 치는 교회 종소리, 바닷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소리, 사랑하는베아트리체의 뱃속의 태아 미래의 파블리토(마리오의 아들)의 심장 박동소리... 마리오의 시는 아마도 이런 소리였을 것이다 마리오는 단순한 소리로서가 아닌 메타포로서 이 모든걸 담으려  했던건 아니었을까 네루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마리오의 "시".

내 감성은 그 씬을 그렇게 이해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더 가슴 아프고 울컥했었던 장면. 우리는 마리오의 시를 읽을 수 없었던게 아니라 네루다가 톡 건드려준 메타포로 인해 시인 마리오가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시(소리들)를 우리는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살아 숨쉬고 있는, 사람들의 생에서 가장 원초적인 소리를 영상이 흐르는 내내 마리오는 관객들에게도 읽게 해주려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극장이나 현재에서 감상이 아닌 영화속 어떤 공간으로 온전히 당겨올수 있었던 강렬한 시공간의 감각들이 파괴되는 느낌이 든다. 마리오가 살아가는 시대, 그 모든것은 시였으며 그 본질은 우리가 늘 들어왔고 지금도 내가 그리워하는 삶속의 소리였으니까...

당연한 끌림이었으리라 난 그렇게 믿기로 한다. 평범한 바닷가 청년 마리오가 네루다를 만나 시를 알고 메타포를 통해 사랑을 노래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말을 해야 되는 사람인지를 자각해가는 잔잔한 수채화 같은 영화지만 한 인간의 정신적 성장이야기다. 내 삶의 마지막 크래딧이 올라가고 내가 살아온 날만큼의 시간이 더 지나도 나같은 또다른 누군가는 네루다를 사랑하게 하는 시가 흐르는 영화... 긴 여운은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될 것처럼 풍성한 감성을 가져다 준다. 사랑은, 사랑은! 빠지다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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