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뉘가 그러워 떨어져서도 지지 않습니까[청산도슬로걷기축제 특집] 1. 청산도 동백
김형진 기자 | 승인 2019.05.07 07:45

그녀가 아는 노래라곤 그거 하나뿐인 것 같았다.
가끔씩, 저녁 시간이면 방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노랫소리.

"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 돌아서서 이 눈물을 흘려야 옳으냐~"
"사랑이란 이런건가요? 비 내리는 호남~선에~ 헤어지던 그 인사가 야속도 하더란다"

아! 노랫가락이 슬픈 건 둘째치고서라도 그녀의 노래를 듣는다는 건, 정말이지 미쳐 버릴 것만 같다.  지금 이 순간, 차라리 귀머거리가 되어 버렸으면 좋겠다.
두 손으로 귀를 틀어 막아보지만, 그녀의 구슬픈 노랫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더구나 왁자지껄, 노랫소리에 맞춰 손바닥 장단과 젓가락 장단이 이어지고 있다.
손님들은 대부분이 뱃사람들이었는데, 세상에 그녀가 노래를 하는 게 가장 싫었다.  ‘비내리는 호남선’
왜, 싫었을까? 왜, 그렇게!
지금 그녀는 음식을 파는 게 아니라 흡사 노래를 팔고 있는 건 아닐까!
근데, 대가리에 핏기도 가시지 않았던 어린 놈이 어찌 음식을 파는 것과 노래를 파는 게 다르다는 건 알았을까?
아니, 근데 술집도 아니고 음식점에서 흥에 겨운 손님들이 시키면 주인이라면 의당 한자리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
물론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 어린 놈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그 일이 무지무지 싫었다.
더군다나 레파토리라도 한결같아!
허구헌날 ‘목이~ 메인 이별가야~’
노래라도 좀 바꾸지.
또 술 한 잔에도 금방 동백꽃잎처럼 붉게 물들어 버리는 그녀의 얼굴.
손님이 건네주는 술을 한 잔을 들이킬 땐 더욱 미웠다. 어린 놈은 그녀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세상에 대한 원망이 참 많이 일어났다.
그녀는 술을 마신 날엔 꼭, 동백꽃을 따 꽁무니의 단물을 빨아 먹곤 했다.
그 어린 놈이 고교생이 되던 날, 이 지긋지긋한 고향에선 도저히 살 수 없다며 그날 밤, 동백나무를 싹뚝 베어 버리고 새벽배로 고향을 떠났다.
'다시는,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녀가 죽어간다는 말이 들려올 때도 내려가지 않았다.
그녀가 떠나던 날, 전해오는 누나의 말 "네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이뻤는 줄 아냐?" "엄마에겐 세상에서 가장 이쁜  꽃이 동백꽃이었데!"
"그래서 네가 태어난 해에 집 앞에 동백나무를 심었어!"
"나도 그랬지! 엄마? 손님들 앞에서 노래 좀 안 부르면 안돼?"
“그랬너니, 엄마가 하는 말!"
"아야~ 느그들을 먹여 살리는데, 노래 한자락에 술 한 잔이 무에 그리 대수냐? 엉...” “느그덜 위한 거라면 더 한 것도 해야. 더 한 것도!”
"너, 그리 가고 나서 엄마는 다시 그 자리에 동백나무를 심었어"
나를 위한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삶. 사랑이다.
 

당신은
그 뉘가 그리워
그토록 애태워 피었다가
가장 고귀한 이름으로
떨어져서
그리도 지지를 않습니까?

30년동안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엄마의 아들은#오는 4월 13일, 고향 청산도를 찾는다.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형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편집규약 및 강령 등
59119) 전남 완도군 완도읍 개포리 1244-1번지  |  대표전화 : 061-555-2580  |  팩스 : 061-555-1888
등록번호 : 전남 다 00049  |  발행인 : 김정호  |  편집인 : 김형진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형진
Copyright © 2019 완도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