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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은하수 같은 꽃

[완도의 자생 식물] 90. 골담초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4.29 14:54
  • 수정 2019.04.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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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나게 꽃을 좋아하는 이는 눈물이 많다. 눈물이 많다고 슬픈 사연이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슬픔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봄을 유별나게 타는 사람들이 눈물이 많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보는 봄볕과 봄비가 눈물겹게 아름다워지는지도 모른다. 노랗게 봄을 전할 처음 봄꽃은 양지꽃이다. 그 다음은 낙엽사이를 뚫고 나오는 노란붓꽃, 까맣게 타버린 논두렁에서 노랗게 핀 민들레, 아지랑이 사이에서 핀 개나리가 봄날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다. 16살 때 노란 난방을 즐겨 입던 추억도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었던 봄날이다.

봄볕이 늘어진 가지에서 샛노랗게 피어 있는 골담초가 봄날에 마지막 노란 꽃으로 내 마음에서 규정하고 있다. 돌담가에 노란 새의 부리 같은 골담초 꽃 활짝 피면 어린 날의 추억이 있다.
봄볕이 한참 부서지는 곳에서 골담초 꽃을 따서 쪽쪽 빨면 약간 단맛이 난다. 이제는 꽃 단맛보다는 봄비 맞은 노란 꽃을 보게 된다. 아마도 살아오면서 슬픔이 야간 묻어있나 싶다.

골담초는 금계아라고도 부르는데 작으면서도 윤기가 흐르고 짙은 녹색의 잎으로 항상 건강미가 넘치지만 나무줄기가 연약해서 꽃이 피면 꽃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땅에 닿도록 축 늘어진다. 회갈색 가지마다 받침이 변해 돋친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기개를 잃지 않는 식물이다. 골담초는 뼈질환을 담당하는 약초이다. 그래서 골담이라 부른다. 중국 원산으로 경북 및 중부 지역의 산지에서 자라는 콩과의 낙엽 관목이다.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높이는 2m 안팎이다. 위를 향한 가지가 사방으로 비스듬히 퍼지며 5개의 능선이 있고 털이 없다. 금작화란 말의 어원은 바로 빗자루이다. 아마도 굴신하기조차 어려워 뼈마디가 아픈 사람들이 하늘을 날듯 몸이 가벼워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봄볕을 맞은 새싹을 보면서 기운을 얻는다. 태양의 에너지로 광합성을 하여 영양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마음으로 편하게 하는 면도 크다. 나이 들어 중년이 되면서 마음의 병도 크다. 지난날에 보이지 않던 작은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도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세히 들어다 보면 그 속에 인생의 답이 있다. 전보다 덜 소유한다. 더 느리게 생각한다.

어제보다 더 간소하게 산다. 작고 가벼운 존재가 주는 아름다움은 그런 것들이 아닌가. 골담초 꽃 하나로 치면 가벼운 존재들이다. 그 간소함이 모이면 밤하늘에 은하수처럼 아름답다. 생각은 길어지고 마음은 깊어지는 골담초 옆에서 봄노래 한곡 부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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