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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뱃돈

[특별 기고] 마광남 / 향토사학자. 노동부 한선기능전승자 01-5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3.04 08:43
  • 수정 2019.03.0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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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남 / 향토사학자

우리는 설날이면 어른들을 찾아뵙고 새해인사를 한다.
이것을 세배(歲拜)라고 한다.
외지에 나가있던 자식들이 고향에 오면서 같이 온 손자들이 엉덩이 하늘로 치켜들고 인사를 한다. 조부모들은 그 모습에 한바탕 웃고는 무릎에 앉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하시면서 신권을 교환해 두었다가 돈을 준다. 이러한 풍습이 언제부터 행해졌을까?

이 세뱃돈의 유래는 중국에서 부터 전해졌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부모가 결혼하지 않은 자식들에게 약간의 돈을 붉은색 봉투에 넣어서 주었는데, 붉은색은 중국인들에게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색으로, 빨리 자라서 돈을 많이 벌라는 뜻에서 그렇게 주었다고 한다. 또한 인살 할 곳이 아주 멀어서 갈 수가 없을 때는 하인을 시켜서 대신 선물을 전하는 풍습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러한 풍습이 우리나라와 일본 베트남 등으로 퍼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세뱃돈을 준 것은 광복 이후 경제가 발전 하면서 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난 현상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세배를 하고나서 과일이나 음식을 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랫사람이 어른께,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복을 빌어주기 위한 인사로 세배를 하고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덕담과 함께 그 복을 더 보태는 의미로 주게 되는 세뱃돈, 이제 그 세뱃돈을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도서상품권으로 주면 어떨까?

동국세시기에는 아이들에게 떡이나 과일을 주었다는 기록은 있으나, 돈을 주었다는 기록은 없고, 세뱃돈 풍습은 약 100년 전에 붓 값이나 책값처럼 용도를 적은 봉투에 돈을 넣어 전하던 풍습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우리의 부모들은 세뱃돈을 주면서도 돈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가르쳤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하는 이 돈이 325년 역사(1694년 영란은행, 최초 지폐 발행)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경북 경산에 있는 지폐의 고향이라고도 불리는 한국은행의 8개의 기계를 거쳐 만들어진 지폐가 2000년대까지만 해도 38억장에 가까운 지폐가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22억장 정도가 찍어진다고 한다. 아마도 카드를 많이 쓰는 탓일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폐가 합격품으로 판정을 받고 난 후에는 전극의 16개 한국은행으로 배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년 전보다 1000원짜리는 14개월, 1만 원짜리는 22개월 정도 수명이 길어져 각각 52개월, 121개월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현금을 많이 쓰는 나라일수록 아무래도 손상도 빨리 되니 돈의 수명이 짧은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폐기된 이른바 '손상 지폐'는 약 2조200억 원어치(3억장)였는데, 2017년 하반기에 비하면 402억 원 줄어든 것이라지만, 참 많은 돈이 망가지는 건 사실이다. 이 돈을 쌓아 올리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의 3.6배 높이가 된다고 한다. 우리 모두 소중한 돈 잘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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