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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추위 속 열렬한 생의 의지

[완도의 자생식물] 81. 복수초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1.20 07:01
  • 수정 2019.01.2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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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끝에서는 아무 것도 필요 없다. 단 아쉬운 것은 진실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좀 더 베풀어야 할 때를 놓치고 좀 더 정열을 쏟아야 할 사람에 기회를 잃었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필요했다. 쓰디쓴 독도 인생에서 필요했던 모양이다. 단 하나의 사랑을 위해 물이 되고 빛이 되고 가장 깨끗한 공기가 된다. 사는 방식은 달라도 그 내용은 식물과 다를 바 없다. 두려움 없이 가장 오래 사는 법은 매 순간 진실로 마음 다해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다.

복수초가 피는 곳은 눈이 빨리 녹는다. 꽃을 피우기 위해선 에너지가 필요하다. 뿌리와 잎에서 에너지를 축적한 것과 약간의 빛이 꽃을 피우게 한다. 살아야겠다고 하는 눈물의 의지가 꽃으로 변한다.

꽃과 눈물은 같은 에너지의 양이다. 그런데 눈물이 꽃으로 변환시킨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물론 생물학적 요소가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더 결정적인 힘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른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복수초(福壽草)이다. 이름에 복 복(福)자와 목숨 수(壽)자를 넣어 새봄부터 복 많이 받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뜻이다. 제주도에서는 2월이면 핀다.

복수초는 꽃망울이 잎에 싸인 것처럼 올라온다. 잎이 깃털 모양으로 갈라지며 3cm가 넘는 노란 꽃잎은 윤기가 머금어 유난히 샛노랗다. 꽃이 피면 곧 잎이 감쪽같이 시들어 사라져버린다는 습성이 있다. 꽃이 피기 전이나 꽃이 핀 뒤에 잎이 허무하게 시들어버리는 식물은 얼레지, 상사화, 깽깽이풀 등이 있다. 복수초는 맛이 쓰고 성질은 평하다. 풍습성 관절염이나 신경통에도 효험이 있다. 강심작용이 탁월하여 심장대상 기능부전증, 가슴 두근거림, 숨 가쁨, 신경쇠약, 심장쇠약 등을 치료하는 데 좋은 효능이 있다.

또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작은 일에도 잘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숨이 가빠지는 증상에 잘 듣는다. 이뇨작용이 강하여 소변이 잘 안 나오거나 몸이 붓고 복수가 차는 데에도 효과가 있단다.

복수초는 이른 봄철 눈이 녹기 전에 눈 속에서 꽃을 피워 주변의 눈을 생물 자체에서 나오는 열기로 녹여 버린다. 꽃이 필 무렵에 복수초의 뿌리를 캐내어 보면 뿌리에서 온기가 느껴지고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복수초 꽃잎에 눈이 내려서 혹한의 추위를 견뎌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뿌리에서부터 열렬한 생의 의지가 있었다. 잔뿌리가 많은 것도 열을 보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잔뿌리 같은 오밀조밀한 정(情)을 받다 보니 지금은 큰 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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