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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되고, 꽃도 되는 별꽃

[완도의 자생식물] 79. 별꽃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1.19 22:18
  • 수정 2019.01.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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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들녘에서도 아직은 그리움이 있어 견딜 만하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의 여정이 빨라질 때까지 낮은 꽃들과 아득한 별들이 번갈아 가면서 저만큼만 시린 눈물을 만들어 줄 것이다. 깊어가는 겨울밤에 수많은 별을 품은 여린 가슴이 있다. 낮에는 아스라이 햇빛이 스치면 꽃을 피우고 밤에는 생각하는 임이 있어 별빛으로 온밤이 차 있다.

여름에 햇빛의 양이 많다 해서 모든 식물이 좋은 환경만은 아니다. 밤에 이산화탄소와 수분을 많이 흡수하여 낮에는 입의 기공으로 수분을 내보내야 한다. 물과 햇빛이 많을 땐 그만큼 일을 많이 해야 한다. 반면에 겨울의 식물은 적은 수분과 햇빛으로 하루를 살아야 한다. 먹을 것을 줄이면 생각이 깊어진다.

수도자들은 며칠 금식을 하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이른 봄부터 파릇한 새싹을 내밀며 곧바로 꽃을 피우는 별꽃은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는데 우리 남도에선 겨울에도 잘 자란다.

밑 부분은 옆으로 자라며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데 ‘곰밤부리’ 라고도 부른다. 꽃잎이 5장으로 각 꽃잎은 가운데가 깊게 갈라져 10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겨울에 풀들은 약간 홍조 색깔이 있다. 그러나 별꽃은 혹한 추위에도 초록빛을 띤다. 주로 과수원이나 배추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겨울에는 별을 보기에 좋다. 시린 겨울 하늘은 맑고 투명해서 다른 계절보다 총명한 별들이 많다. 땅에는 쇠별꽃, 별꽃들이 있다. 지금은 너무 추어서 낮에만 잠깐씩 피고 밤에는 꽃망울로 뭉쳐 있다. 이른 봄에는 일제히 피어서 밤하늘의 별들과 마주 보면서 정다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곰밤부리 나물은 걸쭉한 막걸리 안주로 제격이며 남도의 토속음식이다. 꽃보다는 나물로 친숙한 야생초인데 난생처음 나물 맛이 시작된 것으로 기억된다. 어머님이 보리밭을 매면서 갓 캐온 곰밤부리 나물은 긴 겨울날을 상큼하게 만든다. 어느 땐들 고향을 찾으면 보리밭에서 막 일어서서 반기는 어머니. 그 치맛자락 흙냄새처럼 듬성듬성한 손맛이 정겹게 다가오는 때가 지금쯤인데 어머니는 하늘에서 별꽃이 되었다. 온전한 사랑이 아니라 듬직한 사랑이 더해진 겨울 들꽃은 선듯 별을 보게 한다.

된장 한 가지로 만든 나물들이 요즘은 귀한 음식이 되고 만다. 온갖 양념이 동원되어 만들어진 음식이야말로 지금 세태다. 미각과 시각이 주가 되는 즉흥적인 문화가 되어버렸다. 겨울나기가 버거울지라도 최소한의 햇빛과 수분을 가지면 오히려 상상할 기회가 많아진다. 이래저래 산다는 것은 맞춰 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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