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돌이켜 바라보다

[무릉다원, 은선동의 茶 文化 산책 - 47]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1.19 19:11
  • 수정 2019.01.19 19:1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차 한 잔으로 시작한 무술년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다시금 차 한 잔 앞에 두고 돌아본다.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았고, 언제나 여유롭고 즐겁게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두 분의 큰 스승님께서 직접 찾아 주시었고, 더불어 모시며 오롯하게 법 받는 볍열감 넘치는 시간들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귀한 법정을 나눈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원근각처에서 다녀간 많은 공부 인연들과, 특히 어렵게 찾아온 어린 학인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망울 속에 깊은 서원의 서기를 볼라치면 세상 모든 것을 얻는 듯 진한 감동과 희망에 벅차오르는 마음을 뉘라서 알까? 그리고 찾아온 전국의 차 인연들과의 제다와 찻자리를 통한 열정어린 만남의 시간들은 그 동안 잠들어 있던 신선마을의 차향이 깨어나 널리 세상을 향해 발돋움 하듯 기지개를 활짝 폈다.

뿐이랴 이 넓은 은선동을 도량으로 살려 내기 위한 스스로의 도량살림은 곧 사상선의 도락이었고, 이를 느끼고 누리기 위해 행복하게 즐겼던 많은 시간들이 생각 저 너머로 내달리듯 달려가고 있다. 가만히 머금어지는 행복한 미소. 참 감사하고 감사하며, 은혜롭고 은혜로움이다. 어느 누가 있어 이러한 도락을 누릴 수 있을까? 스스로 행복자임에 더더욱 감사함으로 두 손 모아진다.

특히 새로운 인연들 가운데 이웃 종교 공부인들과의 인연은 더욱 남달랐다. 신부님과 수녀님들, 몇몇 목사님들, 그리고 많은 스님들과의 교류가 그것이다. 그 가운데 몇 분은 막역한 도반의 인연으로 발전하게 되니 더더욱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여기 저기 인연터에서 정진하다 방문한 명상가들과의 교류는 몹시 설레었고 밤새워 나눈 다담 법담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이 보다 더한 기쁨도 쉬이 경험하기 어려울 터이다.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함이여! 더구나 최근들어 새로이 귀농의 삶으로 정착하여 새 가족이 된 소중한 인연에 대한 감사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시절인연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까? 나날이 새롭고 또 다른 경험들은 그간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고, 그 변화는 공부인으로서 늘 발전하고 거듭나는 삶에로의 길을 걷게 하고 있다.

이렇듯 수없이 많은 인연들과의 일들이 있었고, 그 일들은 오늘을 풍성하고 풍요롭게 하고 활력 넘치도록 살아오게 한 시간들이었다. 한편 아쉬움은 늘 있다. 주어진 시간 속 그 자리에서의 인연 가꿈들이 일상이었던 그 날들은 다시 오지 않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물론 더 열심히 살면 좋았겠고 더욱더 발전하고 큰 변화로움을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그간의 홀로서기에 스스로 만족하고 싶다. 애썼다하며 다독다독 위로해 주고 싶다.

그리고 두 손 모아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함께 해 왔던 모든 인연들에게. 그리고 그럴 수 있게 해주신 진리 부처님께.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며 잘 살아온 내 안의 참 나에게. 참나!!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