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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엔닌 1200년 인연, 평화의 종소리로 울리다

엔닌스님 건립 입석사 소재 일본 야마가타현 주민, 전라도 정명 1000년 우호교류 친선방문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9.01.19 13:07
  • 수정 2019.01.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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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은 태산이 솟은 듯했고, 울림은 천둥과 같았다.
한 번 내지르자, 생동하는 용(龍)은 사해를 누비는 것 같았고 맨위로는 하늘에 맞닿았으며 맨아래론 땅바닥을 두루 통했다.
소리가 지나는 곳마다 만상은 은빛바다 의 물비늘처럼 반짝였고, 수천수만 나뭇잎처럼 일렁이면서 하늘과 대지와 인간을 모두 통과해 교감하고 조응시켰다.
웅장하면서도 아름답고 은은하면서 길게 울려 퍼지며 끊어질 듯하면서 이어지는 맥놀이의 여음은 인간의 가슴뿐만 아니라 천상과 지상, 만물이 서로 껴안고 어루만지며 하나로 스며들게 하였다.
평온이었고 평화였다.
그리고 사랑이었다.

1200년 전 나눴던 우정의 종소리가 천년이 지난 오늘 완도 신흥사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일본의 고승 자각대사(慈覺大師) 엔닌(円仁)은 9세기에 중국 불교문화를 배워 일본 민중에 밝은 심리를 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중국 당나라로 구도 정진을 떠났다.

타국에서 정진은 어려움 그 자체. 그때 귀인을 만났다. 불교적 담론과 인품이 남달랐던 엔닌에게 청해인 장보고는 그의 어려움을 해결해 줬고, 장보고의 도움으로 엔닌은 당나라로부터 무사히 일본으로 귀환해 본국에서 668개의 사찰을 세워 일본 정신의 한 축으로써 추앙 받기에 이르렀으니.

여러 탄압 속에서도 불교를 일으켜 자비를 일깨운 엔닌을 기르고자, 훗날 그의 제자들은 ‘엔닌의 종을 울리는 모임’을 결성했으며, 2007년부터 완도 신흥사에서 장보고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고 한·중·일 3국의 우호증진과 평화를 기원하는 타종식에 참가해 왔다.

평화의 종 타종식은 2009년 한국의 완도 신흥사, 중국의 산동 적산법화원, 일본의 야마가타 입석사가 자매결연을 맺은 이후 3국에서 동시에 진행해 오고 있는데, 지난 11일에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야마가타현 본부의 주최로 주센다이총영사관, 재외동포재단의 후원으로 장보고대사 완도역사탐방단이 신흥사를 찾아 평화의 종 타종식을 함께 했다.

신흥사 법공 스님은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했으나 실제론 불교정신이 꽃을 피우고 발전하여 정착한 곳은 한중일 등 동아시아 3국으로 꼽힌다. 불교 문화는 너와 내가 구별이 없이 모두가 하나다. 이번 타종식은 그 하나가 되는 진정한 우호 교류의 장으로 아시아와 세계를 평화롭고 자유로운 문화 교류의 길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김양수 신흥사 신도회장은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국제 사회에 있어서 국경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있으며 인종과 국경을 넘은 사랑, 인류애는 물론 경제, 관광, 문화 등도 국경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오히려 상호 교류에 있어 윈윈해 가는데, 이번 교류가 완도와 야마가타현의 우호 증진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일본민단 야마가타현 본부의 차수용 단장은 "장보고 대사와 엔닌의 정신은 21세기 국제문화교류의 시대에 국경을 넘어 상호 이해와 우정을 나누며 꽃길로 가는 하나의 꽃씨와 같다고 생각한다"며 "야마가타가 넓은 꽃밭이 되어 완도군과 우호 교류의 향긋한 꽃이 피어날 수 있기를 꿈꾸어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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