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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심(平常心)과 명선(茗禪)!

[무릉다원, 은선동의 차 문화 산책 - 43]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1.05 11:21
  • 수정 2019.01.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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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명선이란 단어에 다가가는 두 가지 의미는, 먼저 추사가 초의에게 써서 보낸 ‘명선’이란 글씨이고(본 칼럼 41호 참조), 다른 하나는 차 마시면서 화두 삼는 ‘명선’이 그것이다. 이렇게 차를 마시면서 화두를 골똘하게 연마하게 하는 방법을 ‘다담선(茶湛禪)’이라 한다.

다담선은 차를 마시면서 선의 경지에 이른다는 선법이다. 이때의 화두로 화경청적(和敬淸寂)과 명선을 든다. 백운 수단선사(1024-1071)는 중국 남악 백운산에 해회사와 해회선원을 개창한 다담선의 개산조이다. 양기 방회선사에게 법통을 이어받은 후계자로, 남악 회양의 12세손이다. <다당청규>, 즉 차를 마시면서 선을 수행하는 방법을 기록한 책을 지었다. 선사의 다담선을 계승한 사람은 ‘화경청적’이란 화두를 가지고 다도회를 조직하여 세상에 널리 알렸던 선사의 제자 유원보(1234-1320)이다.  

우리나라 다담선 수행의 화두는 ‘명선’으로 고려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을 개창조로 하고 있다. 백운 수단선사의 제자인 원조 종본선사로부터 다담선을 배운 후 1086년에 귀국하였다. 조선 말기 해남 대흥사의 중흥조였던 범해 각안선사(1820-1896)까지 26명이 맥을 이었으나 이후 계승되지 못하였다 한다. 어지러운 시대 상황의 영향이었으리라.

위의 남악 회양선사(677-744)는 일평생을 거의 이름 없는 수행자로 살았으나 선종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인물로, 그의 최대 업적은 선불교의 심요(心要)인 돈오(頓悟)와 평상심을 마조에게 전한 것이라 하겠다. 돈오를 가능케 하는 원천은 일상생활속의 늘 변함없는 평삼심이다. 그 어떤 진리의 이론도 구체적 삶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부질없는 관념의 유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불법이란 무엇인가? 부처님 말씀처럼 지금 바로 볼 수 있고, 실천되고 증명되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성숙된 인간을 가늠하는 잣대도 목표를 향해서만 달려가는가? 아니면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대해선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평삼심을 가지고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평상심 속에서 생활할 수 있다면 ‘모든 날이 다 최고의 날(日日是好日)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남악 회양선사는 6조 혜능으로부터 법을 받아 8조 마조도일에게 법을 전한 일대 종사였던 대선사로 거창하게 자기 삶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셨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다담선을 꽃피운 고려말 태고 보우선사(1301-1382)는 ‘차’의 정신을 선가의 정신인 ‘평상심시도’에 비유한 선시를 남겼다. 차의 진정한 묘용은 바로 차의 일상성에 있음을 여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즉 평상심과 명선의 절묘한 조합과 운용이라 할 수 있다. 

“진정으로 묘한 작용 알고 싶다면 일상생활에서 천연을 섬겨라. 물 길어 차 달여 마시고 자리에 올라 다리 뻗고 잠잔다. 솔개는 날아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고, 물고기는 뛰어올랐다가 깊은 못 속으로 들어간다. 만물은 그지없이 활발하여 잠시도 중단되는 일 없으니, 푸른 구름 먼 산마루에 일어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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