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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옥빛바다 같은 맛을 느끼다

[청산 맛집] 청산휴가 올레펜션식당

  • 손순옥 기자 ssok42@hanmail.net
  • 입력 2019.01.05 09:26
  • 수정 2019.01.0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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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 살면서 우리는 청산도를 얼마나 알까. 왜 여행객들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섬이라 하는지. 이번 두 번째 맛집기행을 위해 청산으로 떠났다. 청산도는 읍에서 꽤 먼 길이라 아침 첫배를 탔다. 뱃머리는 채 걷히지 않은 아침 안개사이로 다소 느리게 청산도를 향했다.

눈앞에 펼쳐진 섬들의 풍경은 가히 신의 선물이었다. 누군가가 뚝뚝 띄어 놓은 것 같은 형형(形形)의 섬들, 아스라한 ‘안개와 바다’ 마치 어느 화가가 그려놓은 한 폭의 수묵화였다.# 깊이 들여다봐야 아는(知) 청산의 멋,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섬들 중에 이탈리아 남부 ‘카프리섬’, 남프랑스 해안마을 ‘프로방스’가 있다.

여행이란 되도록 멀리 떠나 갈수록 그 해방감에 여행의 기쁨은 배가 된다.
어느 해 ‘카프리’ 섬을 가봤다.
다른 여행지를 모두 잊어도 카프리 섬은 잊을 수 없다. 처음으로 병따개 없이 손으로 틀어서 병뚜껑을 따는 맥주의 이름이 카프리였으니. 그런데 청산도로 가는 바닷길에서 왜 갑자기 푸른 지중해의 섬들과 겹쳐졌을까.

갑자기 부끄러움과 함께 반성마저 들었다. 이제껏 이 아름다운 고향바다와 섬들을 알지 못하여, 허세 부리듯 외국 여행지만 떠들었단 생각이 미치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생각해보니 사실 지중해는 끝없는 옥빛 바다 말고는 감탄할 일이 아니었다. 다만 여행이라는 설렘에 매몰 돼 착각을 일으켰을 뿐이다. 청산도 가는 바다를 보며 이제와 깨닫는다. 바람과 너울이 잔잔해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청산 선착장에 도착. 얼굴에 와 닿는 초겨울 공기가 다소 차가워 어느 해 여름 스치듯  잠깐 다녀간 청산도와 사뭇 다른 느낌의 섬으로 다가왔다.

소개받은 맛 집을 찾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전에 한곳에 들르기로 했다.
몽돌 해변 ‘장’기미(해안가를 칭하는 순우리말)로 갔다.
씻어 놓은 듯 맑고 깨끗한 몽돌이 잘 정돈된 해변은 아담했고 한쪽으로는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제주도의 주상절리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신비스럽고 아름다웠다.
이전엔 알지 못하였다,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이렇게 좋은 내 고향의 섬 을….
꼭 한 번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짧은 사진 한 컷으로 대신하고 다시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늘 찾은 맛 집은 생선구이정식과 닭 백숙으로 소문 난 ‘청산휴가(靑山休家)올레펜션’식당. 김진홍·조유순 부부가 펜션과 함께 운영한 이곳은 산 중턱에 비스듬히 제법 규모있게 자리하고 있다.
입구엔 마치 봄꽃 같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잔잔한 꽃들이 손님을 맞는다.
‘음식은 눈과 마음으로 먼저 먹고, 그리고 입으로 맛을 본다’는 말처럼,
누군가와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오래오래 추억으로 남는다.
그렇듯이 올레펜션은 언덕 아래로 펼쳐진 확 트인 경관이 한몫을 한다.
싱싱 생선구이,살 통통 꽃게무침, 갈비양념 전복찜, 갈치젓, 소라장조림, 해초비빔밥 등 한 상차림이 대단하다.

그동안 이곳에서 잊지 못할 멋과 맛을 느끼며 다녀간 사람들의 기념사진들이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부의 친절함과 순순함이 돋보인다. 만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 하루를 선물 받는다면 가까운 청산도로 떠나보자!
여지껏 맛보지 못했던 여행의 즐거움과 맞닥뜨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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