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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최정주 독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12.07 09:31
  • 수정 2018.12.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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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열차(SRT)는 늘, 그 자리다. 어디에 무슨 목적으로 가느냐에 따라 차창 밖 풍경과 소회는 다르지만 가는 길마저 다름이 없어 익숙해지는 풍경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번 길은 아버지의 병문안행이다.
신장 투석 중 발생한 염증으로 병원에 입원중이시다.
어머니가 늘 동행 하신다.
자식들은 여러 사유로 항상 객이 되고 손님일 뿐, 당신들의 남편도, 아내도 아닌, 이방인에 가깝다. 부모 곁을 떠난 자식은 부모에게는 늘 걱정거리일 뿐,
당신들의 아픔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은 자식으로만 남아 있을 수 있어서이다.

병실에 들어서자 짙은 멍자국으로 초췌한 아버지의 얼굴과 짧게 마주한다. 짧은 눈 맞춤에도 아버지의 눈가에 기운이 묻어난다. 아들과의 만남에 위안을 받으신 걸까. 점심시간의 외출, 휠체어에 의지한 체 아들의 도움을 받으시는 점심 식사지만, 경사진 병원 문 밖 인도길 드라이브도 아버지는 묵묵히 받아들이신다.
아직은 춥지 않은 바깥기온이지만 영화배우마냥 겨울 점퍼를 어깨위에만 걸쳐 달라 하시고
아들과의 외출을 하신다. 제법 달달한 불낙전골의 미각이 드시기에 편하셨는지 한공기 식사를다 하신다. 마음이 배부르다. 아직 이것저것 가려야 할 것이 많지만 조금씩이라도 드시게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다.

답답한 병실이 싫으신지 조금 있다 들어가자고 하신다. 어머니와 아들의 밑도 끝도 없는 소소한 애기들이 시작되고 아버지는 말없이 주변만 돌아보신다. 서운하실까봐 가끔은 대화를 끊고 괜찮으시냐 여쭈어보는 효심도 발휘해본다. 두어 시간정도가 지나고 병실로 이동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낮잠,  물끄러미 바라본 아버지의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그런데 잠시 잠깐의 눈 붙임도 오래가지를 않고 일어나 앉으신다.
항상 강하시고 육체 건강한 나의 아버지가 저렇게 되신 것에 마음이 복잡해지고 서글퍼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아버지…! 또, 자식은 그런 아버지를 뒤로하고 살길을 찾아 돌아와야 한다. 아직은 아버지보다 덜 아프신 어머니와의 이별을 길게 나누고, 돌아서 아버지와의 이별은 짧았다. 몸 잘 챙기시라는 말만 남긴 채 아버지의 휠체어를 뒤로하고 병실을 나섰다.     
광주 송정리역의 밤 풍경은 휘황찬란하지만 밝아 보이지를 않고 예약된 시간까지 대합실내 TV만 물끄러미 바라보다 수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버지와의 짧은 만남은 늘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끝을 이어 오늘까지 온 거다.
아들과 아버지의 인연은 어디에서 시작돼서일까? 
아들은 아버지에게 좀 더 다가서지 못하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지켜만 보게 되는 인연…,
하루가 지난  지금 이 시간, 아버지의 휠체어가 뚜렷해지고  문밖으로 돌아선 아버지의 눈에  아들은 어떤 모습으로비쳐졌을까 생각해본다.
나도 누군가의  아버지였다.
"아버지! 사랑하고  존경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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